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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중국 3국의 교육 수장이 이르면 다음달 서울에서 만나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유럽 내 대학 교류 프로그램)’ 확장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대학 간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복수 학위 과정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순께 서울에서 한일중 교육 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화이진펑 중국 교육부 장관, 나가오카 게이코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이 3자 대면한다. 같은 날 한일, 한중, 중일 간 양자 회동도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한일중 교육 장관이 같은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은 지난 2020년 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한일중 교육 장관 회의는 2016년을 시작으로 2018년, 2020년 세 차례 성사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역사 문제 등 미묘한 갈등의 여파로 한동안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것이다.
3국은 이번 회담에서 고등교육 교류를 확대하고 대학 간 공동·복수 학위 과정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3국 모두 대학 간 칸막이를 허물어 동아시아를 이끌어갈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지역 소멸과 대학 재정 위기 등에 대응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본뜬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확장 방안도 강구할 예정이다. 에라스무스는 상호 학점인정과 공동 커리큘럼 개발을 통해 EU 회원국 내 대학생 150만 명이 역내 다른 국가에서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얻을 수 있는 학생 교류 프로그램이다. 3국은 이 프로그램을 2009년부터 추진했지만 최근 학생 교류 규모가 크게 늘지 않는 등 성과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아시아 대학 간 공동·복수 학위 운영하는 ‘캠퍼스 아시아’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해 기준 총 20개 사업단, 한·중·일 대학 총 25개교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포항공대·KAIST·부산대·KDI국제정책대학원 등 12개교가 중국, 일본의 대학들과 교류하고 있다.
3국간 디지털 기반 교육 분야의 협력도 주요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 교육 당국이 지난 2월 전국 184개의 학교를 초·중등 인공지능(AI) 교육기지로 선정하는 등 AI 교육 도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이 해당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한중 양자 회동 때에는 역사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으며 일제의 한반도 식민 지배가 근대화로 이어졌다는 우익 사관에 기초한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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