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소도시 시장이 중국 간첩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35세 여성 시장은 시장실 바로 뒤에 있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카지노 부지 절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카지노가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범행 소굴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시장의 출신 배경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밤반시(市) 시장 앨리스 궈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반시는 작은 농촌이었기 때문에 최근까지 궈 시장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않던 인물이다.
하지만 필리핀 당국은 지난 3월 밤반에 있는 온라인 카지노를 급습해 중국인 202명과 다른 외국인 72명 등 700명에 가까운 직원을 구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들은 이곳에 갇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에게 애인처럼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데 동원된 인원이었다.
조사 결과 궈 시장은 해당 시설이 있던 땅의 절반을 소유 중이었다. 8헥타르(ha·8만㎡)에 이르는 부지에는 수영장·와인 저장고 등도 있었고, 궈 시장 소유의 헬리콥터도 있었다. 궈 시장은 2년 전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땅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또 궈 시장의 출신 배경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방 공무원이 지역 유지와 관계가 있는 경우가 꽤 있는 필리핀에서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궈’라는 성씨도 흔하지 않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 1년 전인 2021년 밤반에서 유권자 등록을 했다.
궈 시장은 이달 초 상원 청문회에서 자신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태어나 17살에야 출생 신고가 됐고, 돼지 사육 농가인 본인의 집에서 홈스쿨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신 배경이나 학력 등에 대한 추가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리사 온티베로스 상원 의원은 “그녀처럼 미스터리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의 자산으로 일하고 있냐”며 “필리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심어 놓은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궈 시장은 쏟아지는 의혹에도 간첩 혐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상원에 출석한 뒤로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리핀 내무지방행정부(DILG)는 시장 직무 정지를 권고했다고 현지 GMA 방송이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궈 시장에 대한 조사가 “한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며 외국인이 필리핀에서 공직을 맡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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