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와 전화 대신 음성으로 메시지를 남기는 ‘음성 메모’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음성 메시지의 인기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반동으로 해석되는데, 사람에 따라 음성 메시지에 대한 선호는 갈리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음성 메시지의 시작점은 2014년 애플이 문자 메시지 앱에 음성 기능을 추가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음성 메시지 기능은 거의 모든 소셜미디어(SNS)에 도입됐다. 현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등은 다이렉트 메시지에 음성 메시지 기능을 제공한다. 스냅챗은 지난 2년 동안 음성 메모 사용량이 50%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틱톡은 사용자가 친구, 부모에게 보내는 길고 장황한 음성 메시지를 ‘일상을 기반으로 한 팟캐스트’라고 부른다. 유명인들이 음성 메시지를 적극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테니스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메타가 운영하는 SNS 스레드에서 팔로워들과 음성 메시지를 공유한다.
음성 메시지는 일반적으로 마이크 버튼을 길게 말을 한 뒤 보내는 간단한 방식으로 전송할 수 있다. 앱에 따라 빠르거나 느린 속도로 들을 수 있고, 자동으로 음성 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39세 남성은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는 것은 즐거운 일로 대화 속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방해받지 않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P는 음성 메시지가 화면을 보는데 지친 이들에게 휴식 시간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바쁜 현대인이 전화를 걸지 않고도 통화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을 제공한다고 봤다. WP는 “효율성이 지배하는 이메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음성 메시지는 친밀감을 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친밀도가 높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의 페이스대 디지털 미디어 및 심리학 연구소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전화 통화와 달리 음성 메시지는 즉각적이거나 지속적인 주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수신자의 반응은 나뉜다. 어떤 이들은 타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일이 드문 현대 사회에서 음성 메시지는 친구의 감정 상태를 엿볼 기회로 여긴다. 반대로 일부는 음성 메시지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숙제로 여기기도 한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작가 애니 리드아웃은 친구들이 음성 메시지를 보낸 순간을 회상하며 “나는 육아를 하면서 일하느라 바쁜데, 음성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내 작업량이 늘어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소비자 선택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닐 로즈는 음성 메시지의 인기를 너무 빠르며,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세상에 대한 반항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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