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총리·UAE 대통령 등 이재용 회장과 잇따라 회동
반도체, ICT 등 첨단 기술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밀접
글로벌 정상 못지 않게 바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중동 VIP들과 연쇄 회동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고위급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재용 회장에게로 향하면서 그의 폭넓은 네트워크가 빛을 발하는 모습이이다.
이 회장은 국가대항전으로 확전된 반도체 뿐 아니라 건설, 에너지, 5G, 바이오, 배터리 등 다양한 첨단 기술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차세대 기술 개발 및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삼성과의 협력은 글로벌 각국의 중장기 산업·경제 전략과도 직결되는 만큼 각 정상들은 이 회장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28~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UAE 대통령이 국빈 방한하는 것으로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이재용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오고 있는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번 면담에서 추가 협력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삼성은 부르즈 칼리파(삼성물산), 정유 플랜트(삼성E&A)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UAE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기술 검증을 마친 바 있다.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한 삼성물산 현장에는 이재용 회장이 다녀가기도 했다.
UAE는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탄소중립 스마트 시티인 ‘마스다르시티’ 사업을 추진중이다. 마스다르시티는 ‘넷제로’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로, 아부다비 남동쪽 17㎞ 사막 지역에 면적 6㎢, 인구 5만명 규모로 2035년까지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에너지, 방산, 건설 뿐 아니라 청정 에너지, ICT·통신 등 UAE 사업을 뒷받침할 다양한 차세대 기술은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선두에 있다. UAE로서는 혁신 기술을 갖춘 삼성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합리적이다.
이틀 전인 26일에는 리창 중국 총리가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한·일·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리 총리는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이 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리 총리가 한국에서 이 회장과 만난 것은 19년 만이다. 그는 오랜 기간 삼성전자와 친밀한 관계를 가져왔으며, 이번 방한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이날 리 총리는 이 회장에게 “삼성의 대(對)중국 협력은 한중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며 “양국 기업이 첨단 제조·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녹색 발전·생물 의약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한중 경제·무역 협력의 질을 높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국의 큰 시장은 언제나 외자기업을 향해 열려 있다”며 “우리는 점진적으로 제도적 개방을 추진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외자기업의 국민 대우를 잘 이행해 기업의 우려와 요구를 적극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 총리의 적극적인 대중국 투자·협력 요청은 그간 다져온 이 회장의 네트워크 성과에 기인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국무원 총리, 정치국 사무위원 등 중국 핵심 인물들과 교분을 쌓아왔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고위 인사들과 회동 자리를 마련하는 등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5년에는 ‘중국 방문의 해’ 행사 일환으로 방한한 왕양 중국 부총리와 신라호텔에서 회동했으며 코로나 시기에는 직접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사업장으로 건너가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과 안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외자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에 반도체, 전자부품 사업장을 두고 있는 삼성과의 추가 협력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방한한 글로벌 정상들과의 만남은 지난해에도 이뤄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작년 5월 이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당시 포스코 홀딩스 회장과 면담한 사실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한 바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일자리와 성장을 함께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첨단 기술 혁신, 핵심 광물, 청정에너지 솔루션 등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반도체, 포스코는 배터리 소재, SK는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1월에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잇따라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스페인 정부는 ‘경제 회복·전환을 위한 전략 프로젝트’ 일환으로 반도체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30 사우디 비전과 네옴시티 사업에 협력을 요청했다. 오랜 기술 업력을 가진 삼성은 글로벌 파트너로서 최선의 선택이다.
글로벌 수장들만 이재용 회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AI 반도체 XR(확장현실)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빅테크들도 삼성과의 협력을 위해 이재용 회장과 만나고 싶어한다.
지난 2월 약 9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승지원에서 이재용 회장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메타의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3’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회장은 2019년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하기도 했으며 작년 10월에는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본 내 주요 협력사 모임인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을 승지원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상급 리더들은 이재용 회장과의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다지는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중장기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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