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공습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수십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집트 국경에서 총격전으로 이집트 군인 1명이 사망하자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우방국과 국제기구들이 잇따라 이스라엘에 ‘공습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라파 검문소 관리를 맡겠다고 나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어 피해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으로 라파 내부 난민촌에 화재가 발생해 최소 4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측은 무장 정파 하마스의 사령관을 노려 공격했던 것이라며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비전투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비극적 실수가 나왔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습 여파로 이스라엘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최우방국인 미국 조차 이스라엘이 민간인 보호 노력을 추가로 기울여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에 이스라엘은 반격 권한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엔과 EU도 잇따라 ‘공습 중단’에 한목소리를 냈다. 유엔은 산하 최고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 라파 공습을 즉각 중단하고 긴급 구호품 중단을 위해 국경 통과를 허용하라고 명령했던 점을 들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폴커 트루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난민촌의 모습은 끔찍하며 수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초래한 이스라엘이 전쟁 방법과 수단에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아랍 대표국인 알제리 요청으로 라파 피해에 관해 28일 긴급 비공개회의를 열 예정이다.
EU는 회원국 외무장관을 소집해 이스라엘의 인권 의무 준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EU는 이번 회의를 통해 EU와 이스라엘 간 무역협정에 따른 이스라엘의 인권 의무 준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가자지구 내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또한 EU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검문소에 민간 임무단(EUBAM)을 보내기로 했다고 이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검문소 점거 뒤 가자 지구 내 구호품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방안은 이스라엘 측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남았다.
이날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 여부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26일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 관련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주 중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대책 회의를 했으나, 이번 공습으로 휴전 협상 논의는 진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중재국인 카타르는 이번 공습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중재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27일 이집트군과 이스라엘군 사이에 라파 국경 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사태로 이집트군 1명이 사망해 양국이 조사 중이다. 이스라엘군의 라파 점령 이후 양국간 긴장감이 더 커지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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