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난민촌에서 수십 명의 민간인이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태를 ‘비극적 실수’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군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라파에서 전쟁과 무관한 주민 100만 명을 대피시켰지만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제 라파에서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사태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비극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스라엘군 공습이 민간인 사망을 초래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발언이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아비 하이만은 초기 조사 결과 하마스 지휘관을 겨냥한 공습으로 인한 화재가 민간인 사망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간인 인명피해가 공습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엔 어린이, 여성, 노약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공습이 일어난 라파의 피란민촌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수천 명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피란민 텐트를 겨냥해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점령지, 해외 거주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봉기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사회 반응도 매우 강경하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에 대규모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난민촌에서 찍힌 영상은 끔찍하며, 이미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토르 베네슬란드 유엔 중동특사는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며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즉각적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라파 공습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조사를 요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을 즉각 중단하고 ICJ 명령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 검사장인 이파트 토메르 예루살미 소장도 이번 사건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쟁 중 발생한 비전투요원의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하마스 측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3만 6050명이 사망하고 8만 1026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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