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피란민촌 공습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이 ‘금지선(레드라인)’을 침범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진행된 이스라엘의 공습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앞서 유엔 산하 사법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라파 공격 중단 명령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책임이 있는 하마스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죽인 것으로 이해한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이스라엘군(IDF)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IDF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미국의 가자지구 전쟁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하마스 군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해 10여 발의 중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따른 보복 조치였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금까지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사건을 ‘비극적 실수’로 규정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외부의 압박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패배의 깃발을 든다”면서 “나는 승리의 깃발을 게양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파 공습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은 커지고 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라파 공습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고 했으며,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국제법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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