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31일 “지금이 (국민의힘이) 혁신할 수 있는 최적기”라며 “(혁신을 위해) 당 중앙을 ‘폭파’시켜야 한다”고 ‘자아비판’ 했다.
윤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과 관련해서 “(야권에) 정권 심판 빌미를 줬기 때문에 비대위를 만들었고 한동훈 위원장을 모셨는데, 참패를 당했다”며 “‘이·조심판’ 프레임은 전략적 실패”라는 입장을 밝혔다.
4·10 총선을 통해 5선 고지에 오른 윤 의원은 지난 5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한국언론연대·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협회 공동 주최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 총선은 115석이던 범여권 의석이 108석으로 쪼그라든 궤멸적 참패”라고 규정하며 “뭘 잘못했는지, ‘총선 백서’를 통해 낱낱이 드러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7말·8초로 예정돼있는 전당대회 전에 총선백서가 발간돼야 한다면서 지금의 당대표 선출 규정인 ‘100% 당심’을 50%(당심) vs 50%(민심)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당권 도전 여부엔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또 일명 ‘차떼기’로 불리는 2002년의 불법 대선자금 사건 이후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역당(지구당)을 활성화시키는 게 정치개혁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당 부활 문제는 현재 여야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안 통과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윤 의원은 이날 22대 국회 개원 1호 법안으로 관련 지역정치 활성화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의안과에 접수했다.
‘외교통’인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배상금 제3자 변제안’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처 및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여러 차례 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지금 국민의힘 분위기는 ‘공동묘지의 평화’”
윤 의원은 “민주당이 ‘구걸 외교’라고 하는데, 저는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결단 외교’라고 생각한다”며 일왕(日王)을 ‘천황’이라고 표현한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하며 “결단 외교는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 이후 한일관계가 최악이었던 2022년 9월, 뉴욕에서 기시다 총리를 (윤 대통령이) 먼저 찾아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그렇게) 한일 관계 물꼬를 튼 전략적 결단이 김대중 정신”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소통이 활발한 분이 윤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혁신이다. 지금 국민들 눈엔 (국민의힘의) 혁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엔 (혁신이) 늦다”고 즉답을 피했다.
윤 의원은 “(지금 당 상황은) ‘공동묘지의 평화’라 할 정도로 조용하다. 지금이야말로 비겁하게 침묵한데 대해 분노하고 혁신해야 할 때”라며 “그래야 당이 살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쳐야 하는데, 당에선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말하는 건 (혁신하자는) 진정성이 빛을 바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분위기는 ‘공동묘지의 평화’”
윤 의원은 최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낸 ‘절충형 지도 체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황 위원장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도체제를 손보려면 특별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고, 이후 전당대회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 수렴과 절차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백서 발간과 관련해 윤 의원은 “4년 전에도 ‘검사가 취조하듯 처절할 정도의 공식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며 “(이번 역시) ‘누가 어떤 전략으로 어떤 메시지를 냈는지’, ‘사천은 없었는지’ 등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를 명백히 밝혀 낱낱이 기록해야 (총선 참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룰’ 개정에 대해서는 “당이라는 건 ‘민심’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고, 또 국민 세금을 보조 받아서 운영된다. 때문에 민심 비율을 확대시켜야 한다”며 “개인적으론 5대 5까지 생각하는데, 이 또한 특별기구를 만둘어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선 “제가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해봐서 잘 안다. 선거 운동을 거의 할 수가 없다”며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진 원외위원장들은 사무실을 내는 건 물론, 문자조차 못 보낸다. 다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총선 낙선 후 지구당 위원장을 반납하겠다는 사람이 절대다수다. 정치 신인들의 정치권 진입 장벽을 낮춰 활동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합법적인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구당 운영이 ‘음성화’된다. 양성화시켜서 선관위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떼기’ 운운은 지금의 현실 정치 구조를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지역당(지구당)을 활성화시키는 게 정치개혁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백서, 전당대회 전 발간해야”
윤 의원은 지난 총선 패배와 관련한 ‘책임’ 여부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정권심판 빌미를 준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동훈 전 위원장의 ‘전략 실패’를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며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가장 큰 실책은 ‘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 설정”이라며 “‘셀카’를 찍을 게 아니라 (한 전 위원장이) 새벽에 (몰래 선거 현장에) 혼자 나가 피켓 시위를 하는 ‘한동훈 찾기’ 전략을 쓰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전략과 메시지, 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달라진다”면서 “한 전 위원장의 ‘인기’를 성공 전략으로 몰고 가는 5가지 전략을 제안했지만,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총선 패배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반면교사’로 삼아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패배 후 윤 의원은 전국을 돌며 연이은 당 혁신 토론회를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 동면기’가 길었다”는 윤 의원은 “윤상현이 꿈꾸는 정치가 뭔지를 보여주기 위해 혁신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영남 지역 세미나에서 ‘영남당에서 벗어나 수도권으로 진격하자’고 했더니, 한 지역민이 ‘영남이 보수의 심장인데, 심장병에 걸렸다’고 하시더라”며 에둘러 ‘혁신을 통한 전국 정당화’ 명분을 강조했다.
‘광폭 행보’에 “당권 도전 굳힌 듯”
윤 의원은 일본 정부의 ‘라인 야후 사태’ 간여에 대해선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그는 “사실 네이버는 지분을 매각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지분을 팔아 다른 사업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었는데, 일이 커지면서…(앞으로) 어떤 식으로(정리될지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냐’는 물음에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한일외교) 쟁점으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며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는 방향으로(진행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물류창고 화재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 지분을 라인야후의 소프트뱅크가 100% 갖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지분을 한국에 넘기라고 하는 게 외교 아니겠냐’는 질문에 “시리어스(Serious·심각한)한 문제”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간담회에서 당권 도전 여부를 명확히 하지는 않았지만, 전국 세미나 개최와 더불어 언론과의 접촉면을 부쩍 늘리는 모양새다. 다음 달 5일엔 ‘적진의 심장’ 광주에서 여덟 번째 토론회를 연다.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윤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선 사실상 당권 도전 의지를 굳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저는 지역구 활동 시 주민들을 먼저 찾아간다. 찾아오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먼저 찾아가 민원을 챙긴다”며 “정치는 서비스다. 저 같은 사람이 당권을 잡으면 (당을)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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