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이름난 종로의 탑골공원. 그 덕에 종로의 이미지는 ‘탑골’, 즉 어르신들만의 성지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할 곳이 있으니. 다채로운 색감부터 아기자기한 장식까지,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숨은 동심까지 자극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탑골 종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줄 종로 동심 스폿으로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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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9 B1
사진 = 하리보월드 공식 사이트
지난 10월 중순부터 진행 중인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이 종로 동심 자극의 포문을 연다. 하리보는 독일을 대표하는 젤리 브랜드로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미디어 아트 기획 전문회사 피플리는 하리보(Haribo)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 하리보 미디어 전시다. 피플리 측이 수년간 하리보 본사와의 협의를 거쳐 기획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하리보 독일 본사에서 가져온 전시품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이미 SNS상에서 일명 ‘인생 사진 스폿’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젤리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전시를 관람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 25일, 하리보 골드베렌 생일 기념전을 직접 찾아가봤다. 인사센트럴뮤지엄 입구에 도착했다면, 어렵지 않게 전시 장소를 찾을 수 있다. 바닥에 붙은 하리보 전시회 안내 표식을 따라가면 금방 티켓 부스에 도착한다.
티켓 수령 후 바로 옆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한 층 내려가면 하리보 월드로 입장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더 잘 알아보기 위해 피플리의 하유진 공간 디자이너와 함께 관람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하리보의 대표 상품이자, 우리에게는 곰 모양 젤리로 잘 알려진 골드베렌의 100번째 생일 기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일 낮 방문한 전시 내 주요 방문객은 주로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하지만 하유진 디자이너가 밝힌 주최 측 타킷 연령층은 2030세대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유진 디자이너는 “각 구역 간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유진 디자이너가 강조한 바와 같이 각 구역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리보 덕후로서 입장한 방문객들은 직접 하리보로 변신해 하리보 월드를 경험한다. 하리보로 변하는 과정은 물론 저마다 다른 개성이 담긴 하리보 세상까지, 방문객들은 촘촘하게 연결된 하리보 월드를 엿볼 수 있다. 미디어 전시로서 선보이는 다채로운 영상물도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돕는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하리보에서 출시하는 젤리들이다. 캐릭터들은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는 등 저마다 다른 행동을 한다. 각 젤리 역시 하리보 세상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인 셈이다. 하유진 디자이너는 “이번 전시는 피플리 내부 작가가 직접 구성한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이어 “하리보가 살아있다면 거주했을 마을을 상상해보았다”면서 “하리보 마을에 초대받은 새로운 하리보의 입장으로 전시를 관람하면 좋다”라고 전했다.
가장 처음 마주하는 공간은 ‘하리보리안의 방’, 이른바 하리보 덕후의 방이다. 평범한 침실같이 꾸며진 공간 곳곳에는 하리보 관련 물품이 전시돼있다. 방의 한쪽 끝에 있는 옷장을 열면 관람객들은 하리보로 변신해 본격적으로 하리보 월드에 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이 가장 유명한 포토스폿 중 한 곳, ‘컬러풀 트랙’. 주말에는 줄을 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인기 있다고 한다. 이후 관람객들은 하리보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세 개의 거울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거울 앞에 서보자. 하리보로 변한 내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리보로 변신을 마쳤다면 본격적인 하리보 월드가 눈앞에 펼쳐진다. ‘야생젤리 보호구역’은 하유진 디자이너가 가장 공들인 구역이자, 추천하는 공간이다. 거울과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정글 그 자체다. 하리보 세상의 낮과 밤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세 마리의 골드베렌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여보자.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기 전에 피플리 측이 추천한 관람 꿀팁에 도전해보자. 이전 구역과는 달리 ‘하리보 스퀘어’ 곳곳에는 곰 발바닥 스티커가 붙어있다. 하리보월드 앱 설치 후 AR카메라로 이를 비추면 하리보들이 등장한다. 다른 전시와는 차별화된 하리보 기념전만의 묘미다.
하리보 스퀘어를 구성하고 있는 공간은 다양하다. 하리보 창립에 관한 역사부터 하리보들의 일상을 꾸며놓은 곳까지. 그 중 ‘하리보 100번가’에서 상영하는 영상에 주목하자. 하유진 디자이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실제 젤리를 하나하나 움직여 촬영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작은 젤리를 직접 움직였다는 는 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영상 속 젤리 세상은 정교하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실제 젤리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이번 전시의 목적, ‘하리보 생일 기념식’에 들어갈 수 있다.
모든 구역 중 가장 붐비던 곳으로 방문객들은 트램폴린을 타거나 게임을 즐기며 직접 하리보 생일파티에 참여한다. 특히 ‘메가 파티 스테이션’에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하는 게임을 시행 중이다. 우승자에게는 관람을 마친 후 선물이 있으니 도전해보자. 모든 게임은 앞서 소개한 앱을 통해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어느새 마지막 공간, 하리보 월드와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이다. 국내 예술가들이 표현한 하리보 관련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출구로 나가기 직전 하리보 100번가에서 나온 영상 속 미니어처 세트장을 빼놓지 말고 볼 것을 추천한다.
출구는 ‘하리보 스토어’와 바로 연결된다.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별한 상품이 있냐는 질문에 하유진 디자이너는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상품이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입니다”라고 밝혔다. 전시를 관람하지 않더라도 스토어는 방문할 수 있으니, 하리보 덕후라면 이점 참고하자.
전시는 내년(2023년) 3월 1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잊고 살던 동심을 찾고 싶다면 하리보 월드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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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돌 아뜰리에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72 103호
인사동에서 삼청동 쪽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나오는 ‘페이퍼돌 아뜰리에’. 분홍빛 외관부터 아기자기함이 물씬 풍기는 이곳은 페이퍼돌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운 소품샵이다. 내부 규모는 작지만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상품들이 가득 차있다. 꼭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잠시 방문해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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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어 마켓 토이하우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74-3
집 나간 동심 찾는 종로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카페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스모어 마켓 토이하우스다. 스모어 마켓 토이하우스는 디즈니, 픽사에서 탄생한 만화를 컨셉으로 운영 중인 카페다. 이곳은 일반적인 카페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카페 1층은 카운터와 소품샵으로 구성돼있다. 피규어, 문구용품 등 디즈니, 픽사 만화 캐릭터 덕후들을 위한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다.
간단히 굿즈 구경을 마친 후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는 써니사이드, 오렌지 맛이 나는 음료다. 주문한 메뉴는 2층 카페 공간에서 맛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영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방과 동일하게 꾸며진 카페 공간은 방문객들을 만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곳곳이 섬세하게 꾸며져 있기에 어느 자리에 앉아도 기분 좋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면 테라스로 나가보자. 테라스 역시 토이스토리 컨셉을 놓치지 않는다. 테라스 가장 넓은 구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
바쁜 일상 속 집 나간 동심을 되찾고 싶다면, 종로로 향하는 건 어떨까.
잃어버린 동심은 물론 종로의 새로운 분위기도 한껏 느낄 수 있다.
글=이가영 여행+인턴기자
감수=홍지연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