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선 후보 다니엘 노보아가 투표용지 들어 보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
에콰도르에서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한다. 탄핵 위기를 맞은 현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따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30대 정치 신인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중남미에 온건 좌파 물결(핑크 타이드)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에콰도르 민심은 중도 우파의 손을 들어줬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후보 다니엘 노보아(35)는 이날 치러진 대선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52%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지난 8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좌파 성향 후보 루이사 곤살레스(45)를 약 5%포인트 차로 앞지르며 역전승을 거뒀다.
1987년생인 노보아 당선인은 취임하면 에콰도르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세계 최연소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갖게 된다. 리서치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연소 대통령은 1986년 2월생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다.
에콰도르는 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린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스스로 직을 내려놓고 국회를 해산하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라소 대통령의 남은 임기(2024년 5월)를 채울 대체자를 찾는 선거로, 노보아 당선인의 임기는 1년여에 그칠 예정이다.
노보아 당선인의 지지자들/AFPBBNews=뉴스1 |
노보아 당선인은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의 아들로, 2021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였다. 정치신인인 그가 2년 만에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안정과 반(反)부패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마약 카르텔들의 전쟁으로 인해 에콰도르는 최근 5년 동안 살인율이 300% 넘게 치솟으며 세계에서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로 전락했다. 지난해 1인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추월했다.
지난 8월 대선 1차 투표 약 2주 앞두고서는 유력 후보가 선거 운동 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도 우파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의원은 당시 수도 키토에서 유세 도중 머리에 총을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외신들은 만성적인 빈곤과 불안정한 치안, 정치권 부패 등에 지친 에콰도르 유권자들이 중도 우파 노보아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에콰도르의 빈곤율은 27%에 달하며, 인구의 4분의 1이 실직 상태이거나 비정규직이다. 노보아 당선인은 이날 승리 선언 이후 “내일부터 폭력과 부패, 증오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에콰도르를 세계의 모범이 되는 국가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대선이 마무리됐지만 에콰도르 정국 혼란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선 대통령 취임 날짜가 미정이다. 노보아 당선인은 절차상의 이유로 오는 12월에야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계가 분열돼 있어 연립정부 구성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후안 자파타 에콰도르 내무부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새 의회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국가에 피해를 입혔던 이전 의회와 달리 치안 문제 해결에 전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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