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 지지율이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연내 중의원 해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달 이미지 쇄신을 위해 큰 폭의 개각을 단행에 나섰지만 좀처럼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정계에서는 총재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예산안 통과 후 연말 해산을 둘러싸고 긴박한 전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이 14~1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9%를 기록하며 전달(37%)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기시다 내각이 출범한 2021년 10월 이래 최저치다. 기존 최저기록은 지난해 12월 31%였다.
마이니치의 경우 내각 지지율이 25%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30% 밑을 맴돌았다. 집권당인 자민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23%에 그쳤다. 요미우리(34%)와 교도통신(32.2%), 지지통신(26.3%)의 이달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출범 이래 최저치로 집계됐다.
올해로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걷는 이유로는 물가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3.1% 상승하는 등 물가가 12개월 연속 3%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개각을 단행했는데도 지지율이 하락세를 걸으면서 당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연내 중의원을 해산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새로운 경제정책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모색한 뒤 연내 중의원 해산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그러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총리의 재집권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합산 지지율은 마이니치 설문조사 기준 48%다. 일본 정치권에는 내각의 수명을 측정하는 지표로 아오키 법칙을 거론한다. 지지율과 여당의 합산 지지율이 50%를 밑돌면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이론으로, 기시다 내각이 이에 해당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내각 지지율이 하락세를 걷는 상황에서 총선에 접근할 경우 총재를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내각의 새로운 경제정책이 반영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통과되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추경안이 다음 달 20일 전후로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며 국회 통과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가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예측다. 추경안 통과를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반등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게 정계의 시각이다. 기시다 내각으로서는 예산안 통과 후 연내 해산을 도모하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내 해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집권 자민당의 총재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에다가 중의원 임기가 이달 말 반환점을 돌기에 더이상 해산을 미루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아베 신조 전 내각 역시 2014년 11월 21일에 중의원을 해산한 만큼 계획을 추진하려고 시도만 한다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만약 내년 해산을 택할 경우 예산안 처리 후 또는 정기국회 소집 직후 해산, 9월 총재 선거 직전 등의 선택지가 거론된다”며 “기시다 총리 수중에 있는 해산 선택지가 점차 적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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