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한 환자가 실려야 할 구급차에 연예인이 탔다. 단순히 “빠르게 가야 해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급차가 연예인의 ‘총알 택시’가 됐다. 단기 수익을 위해 이동거리 등을 여유롭게 계산하지 않고 스케줄을 무리하게 짠 소속사부터,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탑승한 연예인까지 총체적 문제라는 게 대중적 지적이다.
15일 그룹 god 멤버 김태우가 사설 구급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이에 김태우는 다음날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를 통해 “이번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임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 전하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반성했다.
15일 인천지법 형사5단독(홍준서 판사)에 따르면 김태우는 2018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A씨가 운행한 사설 구급차에 탑승,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행사장으로 향했다.
당시 김태우가 소속된 기획사 임원은 김태우가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도록 행사 대행업체 직원 B씨에게 A씨 연락처를 알려줬고, A씨는 김태우를 행사장에 데려다준 대가로 30만 원을 전달받았다고 밝혀졌다.
이에 김태우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약식기소는 재판을 열지 않고 선고를 내리는 절차로, 검찰이 판단을 거쳐 재판부에 요청한다. A씨는 징역 1년 6개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태우의 사과에도 대중들의 비난은 여전한 상태. 사건이 발생했던 것은 2018년인데 5년이 지난 현재, 당사자가 밝혀지니 이제와서야 뒤늦게 사과를 하냐는 이유 때문이다.
김태우가 뒤늦게 사과를 한 이유는 왜였을까. 사실 사설 구급차는 과거부터 유구하게 연예인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사설 구급차를 ‘총알 택시’처럼 이용한 연예인이 김태우 하나 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연예인들이 사설 구급차를 응급 상황에서가 아닌 개인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개그우먼 강유미 또한 과거 자신의 스케쥴을 소화하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논란이 됐다.
2013년 강유미는 부산 공연 시간에 늦어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강유미는 자신의 SNS에 “부산 공연에 늦어 구급차라는 걸 처음 타고 이동하는 중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라고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를 보여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논란이 커지자 강유미는 “당시 뮤지컬 ‘드립걸즈’ 지방 공연에 늦어 당황했다. 너무 늦어서 매니저가 최대한 빨리 가려고 궁리 끝에 구급차를 타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공연에 워낙 늦었던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구급차를 타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못 한 것도 잘못이고 문제다.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반성했다.
당시 강유미의 소속사 측은 “119가 아닌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설명했으나 사설 구급차 역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응급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이동 시설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해명이었다.
강유미와 그의 당시 소속사가 언급했듯 “119가 아닌 사설 구급차라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는 대목이 가장 큰 문제점. 현재 구급차는 응급의료법 제45조에 따라 응급환자 이송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여 구급차를 다른 용도에 사용한 자는 응급의료법 제60조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사설 구급차를 포함한 모든 구급차가 위급한 환자만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 환자가 아닌 스케쥴에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연예인이 사용하거나, 개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기에 법률 역시 강화됐다.
개정된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5조에 따르면 구급차 등을 지정된 용도 이외로 사용한 경우 1차 적발 시 업무정지 15일, 2차 1개월, 3차 2개월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3차 위반의 처분기준이 업무정지인 경우에는 개설허가취소 또는 영업허가 취소를 하거나 의료기관을 폐쇄 조치한다.
법도 강화됐지만 여전히 사설 구급차를 개인의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는 몇몇의 이기적인 사상이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응급 환자에게 피해를 끼쳤다. 또한 선의로 길을 터주는 운전자들에게는 의심을 안겼다. 이들의 사상이야 말로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할 ‘응급 상황’에 놓였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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