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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2012년 시작된 우리은행 횡령, 서무직원이 173억원 가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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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일개 서무직원 한명에게 붕괴됐다.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여 기간 동안 700억원의 은행자금을 빼돌렸지만, 우리은행에선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이 직원의 횡령을 인지한 것도 마지막 범죄를 저지른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금융당국도 우리은행 횡령사고는 해당 직원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지만, 사고를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아시아투데이는 지난해 9월 말 선고된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을 입수해 횡령사고가 어떤 구조로 이뤄졌는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얼마나 부실했는지에 대해 재조명한다.

16일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 횡령사고 검사결과와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 A씨는 2004년 입행한 뒤 2011년 11월부터 횡령사고가 드러난 지난해 4월까지 10년 이상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며 수백억원대 자금 횡령을 벌였다. 또 범죄를 감추기 위해 금융위원회 공문서를 위조해 행사하는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700억원대 횡령사고의 시작인 1차 횡령은 2012년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 기업개선부 기획 및 서무로 근무하던 A씨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레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5억원 중 173억3300만원가량을 횡령했다.

A씨가 대규모 횡령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기획개선부 업무와 관련된 모든 계좌와 연결된 통장, 인출에 필요한 도장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학원사업을 하던 A씨의 동생 B씨가 10억원가량의 빚을 지자, A씨는 은행 돈을 횡령해 함께 사용하기로 공모한 것이다.

A씨의 범죄는 대범했다. 그는 본점 영업부에서 출금전표에 ‘법원공탁금 납부’로 기재한 뒤 보관하고 있던 기업개선부 도장을 이용해 액면금액 173억3325만원 자기앞수표 1장을 출금, 본점 앞에 대기하고 있던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같은 날 다른 은행을 찾아 자신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해당 수표를 입금했고, 2015년 9월까지 채무 변제금과 해외투자금 명목으로 횡령자금을 탕진했다.

횡령수법은 용의주도했다. A씨가 은행원이었던 만큼, 거액을 A씨 명의로 입금하면 발각될 우려가 있어, 동생인 B씨 명의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은행 직원이다보니 내 계좌로 입금하면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이상거래로 분류를 해서 횡령을 의심할 수도 있어 B의 계좌가 필요했다”고 진술했다.

또 본격적인 횡령에 앞서 A씨는 예행연습도 한 것으로 판단된다. A씨는 앞서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C기업 출자전환주식을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중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관리시스템에서 C기업 주식 출고를 요청한 뒤, 본인이 관리하던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도용해 무단결재하고, 주식 43만여주를 인출하는 방식으로 23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이번 횡령에서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동생의 증권계좌를 이용했다. A씨는 무단 인출한 주식을 같은해 11월 재입고하며 횡령사실을 은폐했는데, 주식 재매입 자금 중 일부는 10월에 횡령한 자금이 사용됐다.

A씨의 횡령 수법에 대해 은행권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은행에서 M&A와 관련해 거액의 돈이 움직일 때는 해당 부서에서 실행을 해도 결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어 필터링이 가능하고 주기적으로 자금 사용 내역 등을 점검하는 데, 우리은행에선 그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한 직원이 거액을 인출할 수 있는 통장과 도장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의아한데, 이를 걸러낼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A씨의 횡령범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는데, 이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A씨는 10년 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체를 담당했음에도 명령휴가 대상에 한 차례도 선정되지 않았다. 또 A씨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하고 있어, A씨가 마음대로 직인을 도용해 자금을 빼돌릴 수 있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는 1심 판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최초 범행일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이후에도 피해금액을 정확하게 산정하지 못했고, 관련 자료도 신속하게 확보하지 못해 피해회복을 위한 법적조치를 취하는 데 어려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은행 횡령사건은 개인의 일탈에 더해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해 발생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횡령사고와 관련해 현재 형사재판이 이뤄지고 있므로, 별도 사법 절차는 진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CP-2022-0024@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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