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7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로 나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띠며 “그걸 꼭 답변을 드려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올들어 언론 인터뷰에서 매번 “대통령보다는 서울시장직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던 오세훈 시장이 대통령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을)의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여러 번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여지를 남겼다.
강 의원은 오 시장의 글로벌예술섬, 제2세종문화회관, 서울혁신파크, 서울링 대관람차 등 개발 공약을 나열하면서 “이런 것들이 모두 (오 시장의) 서울시장 재도전과 맞물려 있다”면서 “만약 서울시장에 다시 도전하지 않으면 이런 계획들이 다 틀어진다. 다음 서울시장 도전은 확실한가”라고 물었다.
오 시장은 “저는 (서울시장으로서 사업을) 시작해 마무리하고 싶다”고 답했다. 기존에 하던 대답과 같은 맥락의 대답이다.
강 의원은 “그러세요?”라며 “오늘 많은 (국회 행안위) 위원님들이 질의를 했는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고 질의한 경우가 많았다. 대선후보라고 많은 위원님들이 얘기했는데 전혀 부인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재차 물었다.
오 시장은 “대선 도전이라는 게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해서 또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 문제가 나오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강 의원은 다시 “많은 위원님들이 질의에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고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을 이어 가시니까 다들 여기서 (오 시장이) ‘무조건 나오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또 물었다.
오 시장은 “그 점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라는 지론이 있는 상황에서 결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은 훨씬 더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어 강 의원이 지금까지 열거한 주요 사업들을 시장으로서 제대로 성공시킬 수 있겠느냐며 다시 한 번 묻자 오 시장은 착공을 하면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지방선거가 2026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업을 그때까지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고 묻고 최근 있었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등을 거론하며 변화하는 정치 지형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시 “대선 출마에 대해 본인의 의지를 한 번 밝혀주시겠느냐”고 요청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지는 없고요. 저는 정말 진심으로 시장으로서 제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기회가 오면 대권에 도전하십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그걸 꼭 답변을 드려야 되겠습니까”라고 받아쳤다.
강 의원은 “잘 알겠다. 어떤 말씀이신지. 이상이다”라며 질문을 마쳤다. 오 시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올 하반기 들어 대선 후보 거론에도 부인 안 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거 아냐”=오세훈 시장은 올 상반기만 해도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이 나오면 매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할 것이라고 고집스럽게 강조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점차 대선 출마 관련 여지를 남기고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출장을 다녀온 오 시장은 예일대 특강에서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 “저는 4선 시장으로서 5선 시장을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 한국계 학생이 “한국의 가장 심각한 두 가지 문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사만 되려 하는 것과 집값 폭등”이라며 “차기 유력 대선 후보자인 당신에게 해법을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학생 또한 “사회적 격차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한국의 공교육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오 시장은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공교육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는 지금과는 결이 다른 답변을 했다.
또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 “대선 도전이라는 게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저는 그 문제가 나오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며 이전보다 더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또 관련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그걸 꼭 답변을 드려야 되겠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발언과 태도는 정가에서 사실상의 대선 출마 의지로 해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오 시장은 왜 갈수록 대선 출마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것일까.
▶자신감 커진 이유 셋=가장 큰 이유로는 용산 대통령실과 가까워진 관계다. 오 시장은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렸다가 준비 부족 등으로 파행을 겪은 세계잼버리대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가 적극 나서 잼버리 참가자들의 숙박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시에 음양으로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시장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것도 오 시장의 대권 자신감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치인 주요 인물 8명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오 시장이 35%로 1위를 거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3%, 홍준표 대구시장이 30%였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에 따른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응답률은 14.6%(총 통화 6866명 중 1000명 응답 완료)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이 이달 10~12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장래 대통령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오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2%, 한동훈 법무장관 14%에 이어 4%로 3위에 올랐다.
이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포인트)다. 전체 응답률은 14.2%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 시장으로서는 여당인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2위에 올라 유사시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오 시장은 앞서 지난해 6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할 때도 초반 열세를 딛고 결국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공천됐다.
대선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굳이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대선 유력 후보로 불릴수록 업무 추진이나 대외 활동에 있어 도움이 된다.
용산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권 주자로 불리는 현 상황을 부인할 필요가 없는 국면이다. 주변에서는 갈수록 대선 주자라는 인식에 따라 존중하게 되고 국정감사나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등에서 이러한 배경을 업고 보다 수월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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