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했다. 첨단 인공지능(AI) 칩과 반도체 장비 통제 범위를 확대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이 받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통조 조치를 개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먼저 첨단 AI 칩의 대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통제 기준을 확대했다. 지난해 통제기준을 우회하는 허점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연결속도 기준'(inter-connected speed)을 삭제하고, ‘성능밀도 기준'(performance density)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작년 조치 대비 수출통제 대상이 되는 AI 칩 범위가 일부 넓어지지만, ‘데이터 센터용 첨단 AI 칩’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또, 적용 대상을 중국 및 우려국 내 본사를 둔 기업까지 포함했다. 세계 어디든 수출 상대방과 최종 모회사 본사가 중국·마카오 및 무기 금수국에 소재한 것을 미국 상무부가 ‘인지'(knowledge)하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중국으로 AI 칩을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외 40여개 미국 수출통제관리규정 D그룹 국가(안보우려국)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 운용한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14·16나노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 로직 칩에 사용하는 식각·노광·증착·세정 등 12개 카테고리 장비를 추가로 반영했다. 이어서 중국 외 21개 우려국을 대상으로 허가제를 확대했다. 다만 오는 2025년까지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장비 업체 감독하에 중국 내에서 부품 등을 개발·제조하는 경우에는 일정요건 아래 임시포괄허가를 부여한다.
미 상무부는 첨단 컴퓨팅 칩 개발과 관련된 2개 설계사와 관련 자회사 등 총 13개 중국 기업을 우려거래자 목록(Entity List)에 추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에 따른 국내 업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첨단 AI 칩 생산이 소량인 데다 소비자용 칩은 통제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분야는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받았다. VEU는 중국 내 신뢰할 만한 기업을 지정하고, 기업과 협의해 지정된 품목에 대해 별도 허가절차 및 유효기간 없이 수출을 승인하는 형태다.
산업부 측은 “이번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자세히 분석하고, 우리나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미국 측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수출통제 관련 협력을 긴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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