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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명시된 ‘대출모집인 1사 전속 의무’를 폐지하도록 권고하자 대출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원래 1명의 대출모집(법)인은 단 한 개의 금융회사 대출상품만을 중개·대리할 수 있었는데, 그 제한이 풀리면 온·오프라인 대출중개 시장이 힘을 더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권은 플랫폼을 통한 ‘완전경쟁’ 기조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규제개혁위원회가 최근 권고한 ‘대출모집인 1사 전속의무 폐지’를 검토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규제개혁의 취지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은행과 플랫폼사 등 각 업계의 의견도 수렴한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규제개혁위는 매년 규제사항을 재검토해 정비하도록 권고하는데, ‘2023년 재검토규제 심사 결과’에 대출모집인의 1사 전속의무를 폐지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재 금소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모집법인)는 같은 상품유형의 금융상품에 대해 둘 이상의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를 위해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대출모집인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을 추천하는 행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정이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공동위원장[뉴시스] |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업계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해당 규정을 고치도록 권고했다. 규제개혁위는 “규정이 제정된 2021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한 대출금리로 서민의 금융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은행권의 완전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해당 규제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권고안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힘을 쓰지 못하던 대출 중개 시장이 더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는 한 모집법인이 제공하는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온·오프라인 대출중개 시장의 경계도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은행권이 대출중개 플랫폼과 계약을 맺지 않는 ‘보이콧’을 이어감에 따라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들이 1금융권의 상품을 중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혁신금융 지정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대출 상품을 중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상황에서 ‘대출모집인 1사 전속 의무’가 폐지되면, 온라인 대출중개 플랫폼이 한 대출모집법인과 연계해도 다양한 은행 대출 상품을 중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은행이 대출상품 판매에 대해 위탁을 주기 시작하면 은행이 정보비댕칭성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판매하던 힘이 중개대리업으로 기울 것”이라며 “그럼 은행은 가격경쟁을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으로선 이같은 규제 완화가 반가울리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대출상품이 대리·중개 시장에서 유통되는 비중이 적은데, 많아지기 시작하면 자사 고객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 은행들은 영업점도 운영하고, 부대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출중개플랫폼을 통해)단순 금리로 비교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해당 규제가 완화돼도 은행권의 보이콧이 이어지면 효과가 크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독규정이 바뀐다고 해도 은행들이 타행의 전속 모집법인과 계약을 맺지 않는 등 보이콧을 이어갈 여지는 남아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규제개혁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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