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결코 태평하지 않다.(當今世界倂不太平)”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핵심 대외정책 철학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전략) 10주년을 자축하는 포럼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국제사회에 “일대일로 협력을 통해 공동의 발전과 번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자”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 환영 행사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3.10.18 /AFPBBNews=뉴스1 |
시 주석은 일대일로이니셔티브 주창 10주년을 맞아 베이징에서 17~18일 양일 간 진행되며 18일 공식 개막한 3회 일대일로포럼(BRF)에 세계 150여개국 귀빈과 29명의 국가 정상급 국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17일 밤 환영만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오늘날 세계는 결코 태평하지 않으며, 세계 경제는 점점 더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개발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그럴수록 우리는 평화와 발전, 협력, 상호이익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며,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나라들의 열망이 압도적이라는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우리가 협력과 공동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는 한, 우리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고품질 일대일로 협력의 새로운 위업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으로부터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터키, 러시아를 관통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벨트(일대)와 역시 중국을 출발해 동남아시아를 바닷길로 돌아 인도와 아프리카를 아우른 후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일로)를 더한 개념이다. 여기에 남미 등을 더해 개도국에 엄청난 규모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지원,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시진핑의 웅대한 전략이다.
‘천하태평’은 중국 왕조의 최대 이상이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현시점 우방국 정상들이 총집결한 가운데 천하태평을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연계한 건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자리를 잡아야만 세계의 힘의 균형도 맞춰질 수 있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날 세계가 태평하지 않다는 지적은 지금 글로벌 질서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정치철학으로는 세계가 공동 번영하기 어렵다는 에두른 비판이다. 일대일로가 서방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패권주의를 비판한 중국 관영 인민일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만평./사진=글로벌타임스 캡쳐 |
시 주석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제안된 이후 10년간 중국과 일대일로 파트너들은 함께 협력해 평화와 개방, 포용, 상호학습 및 상호이익을 특징으로 하는 실크로드 정신을 모범적으로 보여줬다”며 “우리는 글로벌 연결성에 기여하고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으며, 글로벌 성장의 원동력이 돼 왔다”고 자평했다.
또 “수천개의 협력 프로젝트는 개인적, 집단적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는 데 있어 장엄한 장을 써 왔으며, 이런 성과는 저절로 된 게 아니라 일대일로 파트너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노력과 지혜,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와 동남아, 남미 개발도상국들에 에너지 및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 1조달러(약 1355조원)를 투입했다. 이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천문학적 부채를 지게 돼 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빠지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언제까지 개발도상국에 돈을 퍼부어야 하느냐는 국내의 회의론에 직면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일대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일대일로 백서를 펴내고 일대일로이니셔티브 확산을 위해 두 배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대외관계 철학을 넘어 헌법화했다는 평을 받는 일대일로가 지속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인류의 역사는 지치지 않는 정신과 부단한 노력 없이는 풍성한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 후손에게 혜택을 주는 지속가능한 성과를 마련하는 것은 이 세대의 정치지도자인 우리가 미래를 위해 이행해야 할 책임”이라며 “첫 10년간 견고하게 결실을 맺은 일대일로의 또 다른 황금기 10년을 향해 새로운 여정에 추진력과 열정을 갖고 나서자”고 강조했다.
한편 시 주석은 전날 인도네시아, 칠레, 헝가리,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파푸아뉴기니 등 일대일로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이어 정상회담했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 포럼 중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2023.10.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중국 공산당은 일대일로를 우호세력 결집 수단은 물론 정치 외교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8일자 1면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키 칠레 대통령의 모습을 실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일대일로 탈퇴 분위기까지 있었던 인도네시아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칠레 역시 남미 자원부국으로 각별히 챙겨야 하는 나라다.
공식 개막일인 18일의 하이라이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푸틴은 앞서 진행될 개막식에서는 시진핑에 이어 두 번째 연사로 나선다. 중러 간 관계가 한층 부각되는 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을 대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신흥국 주도 세 과시 효과도 예상된다.
특히 푸틴은 일대일로포럼을 계기로 헝가리 총리와 정상 회담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왕따’ 처지가 된 푸틴이 EU 정상의 얼굴을 본 건 20개월 만이다. 헝가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기는 하지만 중국과 관계가 밀접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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