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여는 집회나 시위를 경찰이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탄압하는 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8일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전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5월 용산 대통령실 출범 이후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에선 집회를 하면 안 된다’는 집시법 11조를 들어 집회를 금지했다. 이에 행정법원이 집무실과 관저는 다르다며 집회를 허용한 바 있다.
이번 개정은 ‘주요 도로의 집회나 시위는 교통 소통을 위해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집시법 12조가 근거가 됐다. 전국 88곳 중 12곳이 제외되고 11곳은 새로 지정됐으며 대통령실이 위치한 이태원로를 포함한 용산 일대, 검찰·법원이 위치한 서초역 주변, 강남대로 등이 포함됐다.
주요 도로의 내용을 바꾼 시행령 개정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그동안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 집회를 수 차례 금지했다가 법원에서 기각한 바 있는데 법으로 안 되니 시행령으로 제한하려는 게 아닌가”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근거 없이 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3년 주기로 ‘주요 도로’를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집회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탄압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12개 단체는 지난 11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특정 장소를 집회 장소로 정할 때는 그곳이 집회 목적과 특별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집시법 시행령 개악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결정할 자유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 모든 방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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