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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中 일대일로, 인도네시아 버전 KTX 후시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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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 개통식 조코위 대통령
후시 개통식에 참석한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찾았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조코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건 고속철도 후시(Whoosh) 사업으로 생긴 고민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최초 고속철도인 후시는 한때 조코위 대통령의 자랑이었지만 일대일로가 위기를 맞으면서 덩달아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후시 사업의 공사 기한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비용도 급격히 늘어나면서다.

문제는 이 공사 비용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비용으로 가져온 차관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일대일로의 외교적 위기가 계속되면서 차관 비용이 예상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이에 후시 사업이 인도네시아 ‘부채의 덫'(debt trap)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 교통체증·환경오염 해결 위한 승부수로 후시 개통
동남아시아 최초 고속철도 후시가 정식 운영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속철도가 떠올랐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신화통신·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고속철도 후시 운영사인 인도네시아중국고속철유한공사(KCIC)는 지난달 18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무료 시승 행사를 이날로 종료했다. 18일부터 후시 티켓은 노선과 행선지를 불문하고 당분간 30만 루피아(약 2만5800원)에 판매된다. 

이번에 건설된 첫 후시 노선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제3의 도시 반둥 간 142km 구간을 달린다. 후시를 이용할 시,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이동 시간이 약 47분까지 줄어든다. 열차는 209m 길이로 승객 601명이 탑승할 수 있다. 반둥이 인도네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만큼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후시는 조코위 대통령이 주력으로 밀어붙이던 인프라 프로젝트다. 조코위 대통령은 후시를 활용해 인도네시아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반면 환경 오염 문제도 일부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도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이 매우 심하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매연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Whoosh는 인도네시아어 “Waktu Hemat, Operasi Optimal, Sistem Handal의 약어로 “시간 절약, 최적의 작동, 안정적인 시스템”을 의미한다. 

후시의 건설은 친환경과 교통 체증 해소를 위한 목적이었지만,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후시는 당초 2019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토지 보상 비용 증가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늘어 개통 시기가 지연됐다. 

후시 건설에는 중국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됐다. 중국은 후시를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인도네시아중국고속철유한공사(KCIC)가 건설을 맡았다. 사업비 중 4분의 3은 중국개발은행이 40년 만기, 연 2% 금리로 제공한 대출 자금에 의존한다. 
 

급격히 늘어난 비용…中 부실한 타당성 검토 문제로 지적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후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후시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후시 개통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4년이나 지연됐지만, 그럼에도 조코위 대통령은 만족하는 모습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고속철도 구간을 동쪽으로 확대는 등 사업 확장을 시사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은 국가 전체를 부채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통신사 안타란 뉴스통신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교통부에 자카르타-수라바야 간 후시 고속철도 계획을 지시했다. 부디 카르야 수마디 교통부 장관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를 언급하면서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자카르타에서 수라바야까지 기차로 11시간 걸리는 것을 3시간 30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간 거리는 700km가 넘는다. 

문제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과 개도국 정부가 일대일로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지만,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정확하게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많다. 여기에 최근 중국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중국 정부가 과거만큼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 중국 정부 혼자서도 경제 상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개도국의 상황 및 부채 조정 요구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부채의 덫’이라고 부르며 비난하고 있다. 

후시 사업의 투자 구조를 살피면 중국의 투자 비중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중국고속철유한공사(KCIC)는 인도네시아 국영기업과 중국 국영기업의 합작 회사다. KCIC 소유권의 60%는 인도네시아 소유고 40%는 중국 소유다. 인도네시아 지분이 높지만 중국 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앞선 후시 사업의 자카르타-반둥 프로젝트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점은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토지보상비용 등 대외변수를 제외하고도 전체적인 계획과 계산이 맞지 않았다. 

우선 중국 기업의 타당성 검토는 사실상 실패했다. 중국 기업은 컨소시엄 입찰에서 타당성 조사를 단기간에 시행했으며 저비용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했다. 일본과 경쟁에서 승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중국 기업은 무려 4개월 만에 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이들이 처음 약속한 공사 비용은 60억 달러였다. 하지만 이후 비용이 60억 7000만 달러에서 72억 7000만 달러로 뛰었다. 72억 달러는 일본 경쟁 업체가 제안한 62억 달러를 크게 웃돈 것으로,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계약이다. 

초과 비용의 차관 문제도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당초 계약보다 비용이 늘었지만, 차관을 낮은 금리에 대출받지 못했다. 기존 사업 자금의 금리는 2% 수준이지만, 추가 비용의 금리는 3.4%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국 정부에 금리 인하를 설득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금리가 6% 수준인 점을 근거로 이미 충분히 낮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속철도 수익구조도 불투명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충분한 사람이 열차를 타는 것을 전제로 할 때, 38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높은 비용에 탑승을 주저한다면 이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속철도의 비용이 부담된다는 평가가 많다. 인도네시아 반둥에 사는 한 주민은 BBC에 “차라리 일반 기차나 버스를 타겠다”고 말했다. 현재 후시 고속철도 가격은 자카르타와 반둥 간 버스 요금(약 7만 7700 루피아, 한화 약 6700원)의 4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전 후시 사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인도네시아 경제법연구센터의 무함마드 줄피카 라크맛 소장은 “문제의 원인은 타당성 조사가 너무 짧았고 정부는 (중국과 차관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았다”며 “인도네시아가 중국을 필요로 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도 인도네시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더욱 과감하게 중국 정부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하고, 타당성 조사를 서두르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또 인도네시아 세입세출안(APBN)에 보증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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