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정부에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지주 회사의 자산운용사 소유 등을 허용해 기업 주도형 투자 기회를 확대해 달라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18일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소위 ‘빅블러 시대’에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모든 금융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관련 법을 개정해 집합투자업 등이 가능토록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 건의서의 골자다.
지주회사는 최상단 회사가 다수 계열사를 수직적 형태로 보유하는 피라미드형 기업소유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2003년 19개에서 지난해 168개로 9배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 집단은 48곳(28.6%)이며, 중견·중소기업 집단은 120개(71.4%)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기업 그룹 81곳 중에선 39곳(48.2%)이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은 1986년 기업집단 규제가 도입되면서 전면 금지됐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국내 경제계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1999년부터 허용됐다. 국내 첫 지주회사는 봉제완구도매업 중견기업인 조선무역이 2000년 지역 케이블방송사 9개를 인수해 설립한 C&M커뮤니케이션(현 딜라이브)이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에 대해 △일률규제 △과잉규제 △비(非) 지주회사와 차별 등 3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의서에 따르면 금산분리 규제 대상인 금융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지주회사는 은행과 보험 등 수신기능 금융업뿐만 아니라 신탁업·집합투자업·여신금융업 등 여신기능 사업도 영위할 수 없다.
일본, EU(유럽연합)는 관련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모든 금융업을 금지하는 광범위한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주회사 산하에 비은행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해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인텔 등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채비율과 출자단계·최소지분율 등으로 지주회사의 지배력 확장을 차단하고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은 금융 계열사의 리스크(위험)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매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는 중복·과잉규제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지주회사 체제인 기업집단과의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모든 금융사 소유가 금지되는 반면, 비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집합투자업 등을 보유할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에만 유일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대기업의 절반이 지주회사 체제를 택하고 있고, 경쟁국과 달리 정부 보조금 지원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개선해 ‘기업주도형 전략펀드’를 조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지배력 확장이나 부실전이 가능성이 없는 집합투자업 등 여신기능 금융업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설명이다. 2009년에도 법안이 논의 됐으나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지주회사만 비은행 금융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과잉규제로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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