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기 독자 개발해 60% 혼소 성공…”연내 대산공장서 100% 수소 발전 실증”
암모니아 연소기도 연구 중…내년부터 독일서 단계적으로 시험
(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화그룹이 수소 혼소(혼합연소) 발전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오는 2027년 수소 연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전소 발전에 도전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대신 수소를 가스터빈 연료로 쓰는 기술, 즉 수소터빈 기술을 독자적으로 완성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친환경 수소경제 구축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손영창 한화파워시스템 대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 PSM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에 대산 공장에서 100% 수소를 적용해 실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SM은 1999년 설립된 가스터빈 부품업체로, 2021년 한화그룹이 인수했다.
한화는 한화파워시스템홀딩스 산하의 한화파워시스템, PSM, 토마센에너지를 통해 한국, 미국, 네덜란드 3개국을 중심으로 2027년 수소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청정수소 생산과 활용을 위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토마센에너지 역시 2021년 한화그룹이 인수한 네덜란드의 가스터빈 부품업체다.
이들 사업의 기본 축은 크게 LNG 가스터빈 정비 사업, 수소 혼소·전소 가스터빈 개조(Retrofit) 사업, 수소 연소기를 통한 클린 에너지 발전 사업 등 3가지다.
이들 3사는 LNG 가스터빈을 정비하고 부품을 수리·공급하는 기존 사업을 뛰어넘어 수소 혼소 발전 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3사는 LNG에 수소 연료를 섞어 태우는 수소 연소기 기술과 화염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수소 혼소 가스터빈 개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가동 중인 LNG 가스터빈을 모두 수소 50% 혼소터빈으로 개조할 경우 약 1천600만t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화 측의 설명이다.
한화는 해외 가스터빈 제조업체에 기술 의존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연소기 기술을 적용했다.
손 대표는 “한화가 개발한 연소기 ‘플레임시트'(FlameSheet)는 다양한 엔진 기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터빈을 구동하기 위한 보조 기기들은 국내 중소·중견기업과 협력해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손 대표는 “국산화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해외로 유출되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외화 유출을 줄일 수 있고 내재화하며 산업 인프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수소 혼소 발전이 상용화되면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품 사업을 확대해 업계 전체의 동반 성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은 100% 수소만을 연료로 사용해 탄소 배출을 제로(zero)화하는 무탄소 발전 기술을 오는 2026년까지 독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80메가와트(㎿)급 중대형 가스터빈을 활용해 수소 혼소율을 59.5%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수소와 LNG를 약 6대 4의 비율로 섞어 연료를 썼다는 의미다.
100% LNG 연료로만 가스터빈을 돌릴 때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은 22% 저감됐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역시 6ppm 이하로 줄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 기술이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실제로 상업 운전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중대형 터빈에 60% 수준의 혼소 발전에 성공한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손 대표는 “(수소 전소 발전 실증이 성공하면) 세계 발전 시장에 줄 여파가 클 것”이라며 “앞으로 수소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는 수소 혼소 가스터빈 기술에 현재 인수 작업 중인 HSD엔진의 선박용 엔진 제조 능력을 더해 LNG와 수소가 혼합된 혼소 선박 엔진을 생산하는 등 국제 탈탄소화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인수한 한화오션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손 대표는 “수소 사업을 생산, 저장, 물류·이송으로 봤을 때 한화오션을 인수한 이유 중 하나가 물류·이송을 담당해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다 채우기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소는 영하 250도가 돼야 액화되는 데다, 기화되는 속도도 천연가스보다 빠르기 때문에 진공단열로 연료탱크를 만들어 운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암모니아(NH3)로 치환해 수송한 뒤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손 대표는 “다른 기업들도 암모니아를 들여와서 얼마나 돈을 덜 들이고 수소로 전환하는가에 사활을 걸고 투자 중”이라며 “한화는 아예 암모니아를 가지고 연료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암모니아의 경우 수소를 분리하기 위한 열화학 공정 중 질소산화물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질소산화물 발생을 최대한 낮추고 암모니아에 불을 잘 붙게 해 안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암모니아 연소기는 설계가 1차적으로 끝났고 내년부터 독일 랩에서 단계별로 시험을 한 뒤 (시험이) 끝나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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