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제한을 없애고 완화된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규제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을 방지해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 대내외적 금융시장 잠재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어 선제적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등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금융시장 상황과 향후 위험요인,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크지만…불안 가능성 낮아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긴축 장기화에 따른 고금리 지속 가능성,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태 확산 가능성 등 금융시장 잠재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다만 우리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금조달시장 불안이 발생했던 지난해와는 달라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우선 금융위는 지난해의 경우 세계 각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이었고 금리가 어디까지 인상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시기라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는 추가적인 금리인상 수준과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강원도 춘천 중도개발공사 이슈(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이슈 등 예상치 못한 이례적 이벤트가 자금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올해는 이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또 작년에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둔화 등으로 부동산PF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현재는 대주단 협약 등 여러 장치로 부동산PF 문제가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올해는 충분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마련한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지금도 가동 중이다. 아직 30조원 수준의 지원 여력이 남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같은 시장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대외 충격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취약부문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경각심을 갖고 시장 안정 유지를 준비하고 필요시 적시·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태에서 보듯이 갑작스런 대외 충격 발생 가능성이 있고 대외 충격이 국내 취약요인과 결합하면 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금융권이 높은 수준의 긴장감을 갖고 사전에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대비 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은행 자금확보 경쟁 낮춘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자금 확보 경쟁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수신(예·적금)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도록 지난해 10월 이후 발행을 최소화했던 은행채를 각 은행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은행채 발행이 과도하게 증가해 회사채 발행을 위축시키는 등 채권시장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 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95%비율이 적용되는 은행 LCR규제는 내년 6월까지 현행 비율을 유지한다. 이후 단계적 정상화를 재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정 정상화 개시 여부는 내년 2분기중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LCR규제 비율이 강화될 경우 은행들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해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 역시 이번 결정은 당초 계획대로 연말 규제 비율을 상향하면 자금 수요로 인해 은행채 발행이 과도하게 늘거나 정기예금 유치 등 수신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올해는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4분기중 만기도래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큰 점을 감안해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며 “규제 유연화 조치들이 금융사 자산과 외형확대 경쟁 수단으로 활용돼선 안 되고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선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퇴직연금(DB형)에 대해선 연말 납입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권과 공공기관, 대기업 부담금 눈납과 만기 다변화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또 공정 경쟁을 위한 금리공시체계 정비 등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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