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중심의 한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 최소 500명이 숨지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 사이에서 책임 공방전이 벌어졌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가뜩이나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며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병원을 향한 공격이 이뤄지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 지구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명이 다치고 수백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깔렸다”고 전해 사망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을 두고 ‘병원 대학살’이라고 표현하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8일 정상회담을 하려 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회담을 취소하고 서안지구로 돌아가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공습 이후 이스라엘군(IDF)은 이번 사태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이슬람 테러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군 작전시스템 분석 결과 이번 로켓은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발사했고, 폭발 당시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을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취득한 정보에 따르면 이슬라믹 지하드가 가자 병원을 공습한 실패한 로켓 발사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별도로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한 것은 야만스러운 테러리스트들이며 이스라엘 방위군이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확보한 정보를 미국 당국과도 곧바로 공유했으며,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는 감청을 통해 이슬라믹 지하드 대원들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음성 녹음과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병원을 공격한 주체로 지목한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시오니스트 적들이 잔혹한 대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적이 내놓은 비난이 거짓이고 근거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로 이슬람권 국가들이 거세게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참사 책임이 어느 쪽으로 드러나느냐에 따라 정세에 큰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국방부는 가자지구 병원을 공습한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 당국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계속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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