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 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범위를 넓힌데 따라 반도체 관련주가 급락했다. 올해들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해왔던 엔비디아 주가는 5%에 가깝게 하락했고, 하루만에 주요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00조 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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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68% 하락한 439.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조850억 달러(약 1471조 원)로 533억 달러(72조2000억 원)가 사라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포함된 30개 주요 기업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브로드컴(-2%), 마벨(-0.9%), 인텔(-1.4%), AMD(-1.24%), 퀄컴(-1.37%)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내 30개 기업 시총이 730억 달러(약 99조 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원인은 미국 상무부가 같은날 발표한 대 중국 추가 제재다. 이번 조치는 저성능 AI 칩셋의 판매까지 금지했다. 14~16nm 이하 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의 중국 수출도 막혀, 사실상 중국을 향한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모두 금지했다는 평가다. 또 미국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하는데다, 중국의 우회경로가 될 수 있는 40여 개 국에 대한 수출도 추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간 저성능 AI 칩셋인 A800과 H800 등을 중국에 팔아왔던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 미국 정부 제재를 피해 공공연하게 중국과 거래를 이어왔던 타 반도체 기업들도 판로가 막혔다. 지난해 10월 반도체 수출 제재 이후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제3국에 위장 기업이나 자회사를 설립하고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해왔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강력하게 반발 중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성명을 내고 “추가규제에는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수출통제 조치가 담겼다”며 “타국 기업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도록 유도해 국가 안보는 물론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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