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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산유국의 감산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또다시 들썩거리자 정부가 ‘범부처석유시장점검단’을 1년 만에 재가동했다. 정부가 올해 60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 속에서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 데 이어 민생 물가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인 기름값 잡기에 사활을 거는 양상이다.
18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 대표와 한국석유공사 사장,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등을 불러모았다. 방 장관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국내 석유 가격이 ‘오를 때는 빨리, 내릴 때는 천천히 움직인다’는 지적이 있다”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 가격 정책을 시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석유 시장 점검 회의는 산업부 국장 주재로 주 단위로 열려왔으나 최근 유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날은 방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과 합동으로 꾸린 점검단을 통해 고유가를 악용한 담합 행위 등을 단속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점검단은 지난해 7월 유가가 굉장히 높았을 때 3~4개월가량 운영되다 유가가 많이 내려가면서 올 초에는 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번에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더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검단은 세금 탈루 조사(국세청), 지역 주유소 담합 조사(공정위) 등에 나선다.
수도권의 알뜰주유소 확대 카드도 뺐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자영 알뜰주유소를 연내에 10% 이상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할 방침이다. 수도권 알뜰주유소는 현재 80개 수준에 불과하다. 전국에 산재한 알뜰주유소가 총 1287개임을 감안하면 비중이 6.2%에 그친다. 수도권에 연내 8개가 생기면 메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미 고물가는 발등의 불이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올라 7월(2.3%)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 국내 기업의 원자재 비용 부담 등으로 이어져 소비와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점검 회의처럼 각 부처가 동원돼 품목별로 전방위적 시장 단속에 나서는 정도다. 전날도 정부는 배추를 2200톤 풀고 천일염 가격을 50% 낮추는 등 물가 대책을 내놓았다.
이미 9월 수입 물가는 유가 급등 영향으로 2.9%(전월 대비) 상승해 3개월째 올랐다. 특히 빚과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은 전기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공공요금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 글로벌 긴축 장기화 속에 물가가 뛰면 통화 당국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동에서 빚어진 무력 충돌로 인한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이상이 없다”며 “향후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석유·가스 비축 현황과 시설을 점검하고 유사시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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