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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의 규모가 속속 축소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 유인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 은행(외은 지점)의 정직원 수는 총 2511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94%(76명) 줄어든 규모로, 2021년 말부터 꾸준히 감소해 최근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는 중동·유럽·오세아니아 등에서 진출한 외은 지점이 총 34곳에 달하는데 이 중 12개 외은 지점의 정직원 수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올해 초 글로벌 3대 신탁사인 노던트러스트컴퍼니가 서울지점을 철수하면서 외은 지점 수도 지난해 말 기준 35곳에서 34곳으로 줄었다.
특히 아시아계 은행들의 ‘탈한국’이 두드러졌다. 그간 국내에 400명 이상의 정직원을 두며 국내 외은 지점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정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말 35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66명)나 감소했다. HSBC의 정직원 규모가 300명대로 축소된 것은 2020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HSBC에 이어 국내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컸던 일본 미즈호은행의 정직원 수도 지난해 상반기 204명에서 올해 상반기 193명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국내에 진출한 다른 일본 은행들의 축소세도 이어졌다. 미즈호은행과 함께 일본의 3대 메가뱅크로 꼽히는 MUFG은행 서울지점의 정직원 수는 최근 2년간 큰 변화가 없다가 올 들어 12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20명)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야마구찌은행의 정직원 감소율도 14.3%(1명)나 됐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은 지점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경쟁사 UBS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서울지점의 정직원 수를 지난해 상반기 39명에서 지난해 말 38명, 올해 상반기 말 34명으로 줄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 대부분이 투자금융(IB)과 기업금융(CB)에 집중하는데 부동산 등의 시장이 경색되고 각종 규제가 진행돼 규모를 크게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홍콩·싱가포르 등보다 낫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는 이상 규모 축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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