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TASS]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철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러시아는 조약 비준을 철회하더라도 ‘조약 서명국’으로 남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맞서 러시아가 핵실험 재개에 나설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CTBT 비준 철회안에 대한 제1차 독회에서 해당 법안을 기권없이 412대 0으로 승인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은 이날 하원의 결정에 대해 “미국이 세계 안보를 유지하는 의무에 대해 무모하게 접근하는 것에 대한 (러시아의) 답”이라면서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그들(미국)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의 CTBT 비준 철회 승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을 향해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1996년 9월 유엔총회에서 승인된 CTBT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러시아는 같은 해 이 조약에 서명하고 이후 2000년에 비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강경파들 사이에서 ‘핵실험 재개를 통해 대(對) 서방 압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이론적으로는 핵실험금지조약 비준을 철회하는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조약에 서명만 했을 뿐 비준을 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는 않았으나,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하원이 17일(현지시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안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AFP] |
CTBT 비준 철회안은 18일과 19일 2,3차 독회를 거쳐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날 블라이비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핵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하원의 CTBT 비준 철회 움직임과 관련해 “러시아는 조약에 서명한 국가로 남아 권리와 이행을 보장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오직 미국이 먼저 이 단계를 밟을 때만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먼저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이에 대응해 핵실험을 하겠다는 경고다.
로이터는 21세기 들어 북한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강대국 핵 시대를 열 수 있는 시험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타인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훈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또는, 이유없이 누군가를 지속해 억압하려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러시아의 이익을 억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5일 공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CBS 인터뷰에 대한 응수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실제 유럽을 통합하고 푸틴이 마침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킬 수 없는 곳에 내몰린다면 어떨까”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엄청난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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