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구원, 암흑에너지 연구 지속 위해 11억 증액 필요성 강조
KIST·KISTI 해외프로젝트 흔들…최소예산 보전 목소리 커
배리 배리시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교수를 포함한 과학자 3명은 20여년간 국제 공동연구를 한 끝에 중력파 존재를 확인하고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우주 기초연구는 장기적으로 보면 노벨상 수상도 가능한 세계적 성과를 만든다. 국내 과학자들도 국제공동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인데 내년도 정부 R&D예산 삭감으로 중단위기에 처했다.
18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천문연구원(KASI)이 내년도 R&D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은 ‘우주와 천체의 기원’에 관한 국제공동 기초연구다. 연구목적은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외계행성, 은하 등 세계적 난제 해결이다. 우주론이나 천문학 이론을 바꾸는 도전적 연구다.
우주의 구성 물질은 별과 은하, 가스, 먼지 등을 합쳐도 약 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아직 존재를 알 수 없는 암흑에너지 68%, 암흑물질이 27%에 해당한다. 한국이 2030년대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을 통해 무인(無人) 심우주 탐사를 하려고 해도 우주에 대한 이해없인 불가능하다.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의 초신성 관측을 통한 우주의 가속팽창 발견에 주어졌을 만큼 ‘우주론’ 가치는 크다.
KASI 연구진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67억7200만원을 들여 ‘우주 거대구조를 이용한 암흑우주 연구’를 수행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협력기관들은 ‘암흑에너지 분광장비’를 개발했고 우리 연구진 4명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9년간 국제학술지에 매년 논문 15~20편씩 게재했다.
KASI는 “관련 사업은 천문연구원 정체성을 대표하는 연구”라며 “세계 유수기관과 암흑우주 연구를 통해 천문 분야 선도국으로서 경쟁력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신규사업 미반영으로 국제공동 연구수행이 어려운 상황인데 암흑에너지 진상규명 연구를 지속 추진할 수 있도록 최소 11억4000만원 증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尹 강조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협력사업도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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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정부 R&D예산을 올해 대비 5조2000억원(16.6%) 깎은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도 현 정부가 강조하는 R&D예산은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벤치마킹과 공동연구를 주문한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협력 R&D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방문 때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을 지시했다. 국내 기관과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하버드대 등과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바이오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하라는 취지였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내 ‘코리아바이오브리지센터'(K-BB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해외진출과 국제공동 연구기반을 만들겠다는 목적이었다.
KIST는 그동안 미국 다나파버암센터(DFCI), MIT, 하버드 의대 등 연구기관,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하지만 내년도 R&D예산 20억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KIST 관계자는 “내년도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구축된 연구협력 관계 유지 어려움과 바이오 분야 현지 창업지원이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마찬가지다. KISTI는 과학기술 정보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30억원 규모의 R&D사업을 내년 예산으로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연구 생산성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특히 미국 스탠퍼드대, 프랑스 국립디지털과학기술연구소(INRIA)와 AI 언어 모델 개발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예산이 삭감되면서 공동연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장에선 국회 예산심사를 통해 핵심사업은 최소 예산이라도 보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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