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내신과 수능을 전면 절대평가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국 고등학교에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고교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5.4%에 달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35.1%로 나타났다. 특히 고교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60.0%가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 전환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1학년 땐 고교 필수 내용을 공통으로 배우고, 2~3학년엔 개별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강한다. 이때 성적 취득에 유리한 수강이 아닌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진로적성 탐색하기 위한 수강이 되려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수능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56.2%가 찬성했다. 반대는 32.3%로, 찬성이 반대보다 23.9%포인트(p) 높았다. 고교생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 58.1%가 찬성으로 답했다.
이 결과는 지난 10일 발표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과 배치된다. 시안을 보면 2025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5등급 상대평가로 개편되고, 수능 과목은 현재 상대평가를 유지하면서 선택과목은 폐지된다. 당시 강남 소재 입시학원 원장 A씨는 “상대평가와 학점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사걱세도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운영하도록 한 교육부 정책 추진 이후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은 상당히 강화됐다”며 “이 같은 상황을 유지한 채, 고교에서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라는 건 어불성설이고, 고교학점제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 정부에서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를 존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선 응답자 중 54.7%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5.7%, ‘잘 모르겠다’는 9.6%이었다. 중고생 자녀를 둔 연령대로 보면 40대에서 66.8%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사걱세는 “사교육을 절감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특목 자사고를 존치한다고 결정한 건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되자, 사교육 시장에선 특목·자사고의 유일한 제약 요인이었던 내신의 불리함이 사라졌다는 마케팅을 펼치는 학원들이 쏟아지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의 안정적인 추진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68.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불필요’가 20.1%, ‘잘 모름’이 11.4%로 나타났다. 이에 사걱세는 “고교서열화와 교육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고교체제를 법률로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국민 다수가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정지현 사걱세 공동대표는 “불황 속 고물가 시대에 사교육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사교육비 증가율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전향적인 정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사교육이 확대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기존의 실패한 정책들을 재탕하고 단편적인 조치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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