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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장고 끝에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 시도가 다섯 번째 불발됐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 포기 방침을 내부 확정하고 산은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을 만나 먼저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KDB생명 인수는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산은도 하나금융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입찰 공고를 낸 뒤 KDB생명 매각에 나섰다. 하나금융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7월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최근 두 달가량 실사를 벌였다.
산은은 KDB생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작업과 병행해 올 5월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으며 지난달 18일 1427억 원 규모의 KDB생명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기존 보유했던 KDB생명 구주(92.73%) 가격을 기존 2000억 원에서 1000억 원 수준으로 낮추는 등 인수 측을 최대한 지원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KDB생명의 1분기 기준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47.7%로 매우 낮은 데다 향후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최소 5000억 원 이상을 신규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시장에 롯데손보 등 영업력이 좋은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도 인수 포기의 원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KDB생명 인수 이후 민원 발생이 잦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하나금융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 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14년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네 번째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와 2020년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불승인이 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산은 관계자는 “KDB생명보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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