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단체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7일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의대 증원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발표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공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결국 대규모 증원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의사 단체의 반발에는 전혀 명분이 없다. 우리나라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으로 17년간 동결돼 23년 전인 2000년의 3507명보다도 줄었다. 이렇다 보니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반면 의사 평균 수입은 상위권이다. 의대 입학 정원 동결은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리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 필수 의료 및 지방 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의사 수 증원은 불가피하다. 의사 단체는 필수·지방 의료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면 의사 수 확대보다 재배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궤변에 불과하다. 우선 의사 수를 대폭 늘려야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흘러들어가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 의료 붕괴’ 문제 등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의사 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가 거론될 때마다 총파업과 진료 거부를 무기로 거세게 반발해왔으며 정부도 이에 한발 물러서는 행태를 반복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 부족 문제 해소 방안도 정원 확대를 전제로 마련해야 한다. 의사 단체와의 대화와 협상이 의대 정원의 찔끔 증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수가 조정을 통한 기피 과목에 대한 보상 확대, 지방 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등으로 필수·지방 의료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또 대학 입시에서 ‘의대 쏠림’이 증폭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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