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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불황과 더불어 고질적인 인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HMM, 팬오션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중소 선사로 이뤄진 까닭에 업계 전반이 나서서 하나의 체계화된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한국해운협회 발간한 2023 해사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선원 가용 인력은 1만2144명으로, 5년 전인 2017년 말(1만4087명)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이 중 실제로 해기사로 근무 중인 승선원은 지난해 8507명으로, 2017년(1만182명)과 비교해 약 300명이 이탈했다.
일반 선원과 달리 항해사, 선박 기관사 등으로 이뤄진 해기사는 보통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등 관련 대학으로 진학해 전문지식을 습득한 뒤 본격적으로 선박에서 일하게 된다. 이렇듯 전문적인 교육을 마치고도 현장에서 이탈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타 국가에 비해 낮은 임금 △6~8개월간 지속되는 승선 생활 △폐쇄적인 환경에서 고된 업무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선박과 화물 종류에 따라 임금이 다르지만, 해기사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500만~600만원이다. 반면 해외 선사의 경우 국적선사 월급에 비해 1.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국 선사들이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국내 해운사들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휴가 중 급여가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국가해양력 강화 분야별 포럼’을 통해 “특수선과 대형선에서 한국인 해기사보다 값싼 선원은 없다”며 “우수 해양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업계 전반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선사들이 직접 상황을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당시 호황이었던 업계는 올해 물동량 감소와 해운 운임 하락 등으로 실적이 바닥을 치고 있다. 당장 수익을 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해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정부와 해운사들이 손잡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임금 인상도 중요하나, 이에 앞서 복지 등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올해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선원 일자리 혁신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6개월 승선 시 2개월 휴가를 부여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3개월 승선 3개월 휴가, 4개월 승선 2개월 휴가 등 상대적으로 승선 주기가 짧다.
5년째 해기사로 일하고 있는 박 모씨는 “오랜 기간 배에서 생활하면 세상과의 단절이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문제”라며 “선박 내 폐쇄적인 환경과 문화까지 겹치면서 우울증이 심해지는 해기사들도 더러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선사, 해운노조는 올해 들어 해기사를 위한 복지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들은 선원법상 한달에 6일의 유급휴가를 10일로 늘리고, 4개월 승선 후 2개월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원양, 근해 등 각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선원들의 근무조건도 천차만별”이라면서도 “임금 인상과 긴 선박 생활의 주기 감소는 공통으로 손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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