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이 내부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대인 기부자들이 학생 조직의 친팔레스타인 성명과 행사를 문제 삼아 기부 중단을 밝혔다. 사진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캠퍼스 칼리지 홀 전경.[로이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하버드 대학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유펜)의 유대인·친이스라엘계 기부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캠퍼스에서 분출된 반이스라엘 연설과 반유대주의에 대학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며 학교와의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하버드와 관계를 끊겠다고 밝힌 기부자 중에는 전 빅토리아시크릿의 CEO인 미국 억만장자 레슬리 웩스너가 설립한 비영리단체도 포함됐다.
웩스너 재단은 “우리는 무고한 이스라엘 민간인을 학살한 야만적인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하버드 지도부의 처참한 실패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직후 하버드 학생 단체 연합은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반이스라엘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이 단체의 대변인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모든 민간인에 대한 폭력에 강력히 반발한다”고 덧붙였지만 사안은 겉잡을 수 없이 불이 붙었다. 학생들에 대한 신상 털기가 진행돼, 온라인에 이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기업에서도 채용 거부 움직임이 일어난 데 더해 이름과 사진이 적힌 광고 트럭이 교내에 등장했다.
학생 단체의 성명이 처음 게시된 지 3일이 지나서야 하버드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 총장은 해당 학생 단체들이 하버드 대학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좌파 학생들의 반유대주의와 반이스라엘 시위를 대학이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데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우익 기부자들은 제대로 들끓었다.
웩스너 재단은 자체 서한에서 “대학 내에서 다양한 관점에 대한 관용이 천천히 그러나 눈에 띄게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방문 펠로우 중 다수는 더 이상 하버드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버림받은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유펜에서도 지난달 열린 팔레스타인 문학 페스티벌 행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 행사는 학교 측이 반유대주의적 발언 이력을 인정한 인사를 포함해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작가, 영화 제작자 및 예술가가 참여했다.
존 헌트맨 전 주중국 미국 대사는 유펜 학교 당국의 침묵을 비난하고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로완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대학 지도자들에게 사임하고 기부자들에게 수표책을 닫을 것을 촉구했다.
억만장자 로널드 로더도 학교가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거물급 기부자들의 탈퇴는 하버드나 유펜과 같이 부유한 아이비리그 기관에 단기적으로 심각한 재정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 학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 하버슨 전 유펜 입학처 부학장은 “큰 기부자들이 관계를 끊는 것은 작은 기부자들이 기부를 중단하도록 만들 수 있으며, 대학의 동문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치고, 회장이나 이사회 구성원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그 영향은 아이비리그에 그치지 않고, 소규모 학교로 확산되면서 이들이 재정적 어려움이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선 활동은 미국 대학이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이다. 대학은 종교기관에 이어 미국에서 기부금을 두번째로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다.
기부자는 시설, 교수진 연구, 캠퍼스 내 기술, 운동 경기, 장학금,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재정 지원 등 특정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는 지난해 대학 수입 58억달러 중 45%를 자선 기부로 충당했다. 유펜은 지난해 수입 144억달러 중 1.5%를 자선 기부에 의지했다. 나머지 유펜 수입은 병원 운영사업으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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