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강종현씨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코인 상장을 청탁하기 위해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프로골퍼 안성현씨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골프 코치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안씨가 강씨와 이 대표를 연결하면서 청탁금 명목으로 강씨에게 받은 돈을 빼돌리는 등 자신의 몫도 챙기려 한 것으로 봤다.
20일 아시아경제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강씨가 이 대표에게 코인 상장을 청탁하기 위해 금품을 건넬 때 안씨가 둘 사이를 연결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8일 이 대표와 안씨를 배임수재 혐의, 강씨와 코인 개발업체 투자자 송모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했다. 안씨에게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와 안씨는 2021년 9~11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특정 코인 상장 청탁을 받고 강씨와 송씨로부터 총 30억원의 현금, 시가 4억원 상당의 명품시계 2개, 1150만원 상당의 회원제 레스토랑 멤버십 혜택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빠른 코인 상장을 부탁하는 강씨로부터 직접 명품가방, 고급 의류 등 시가 4400만원 상당의 명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안씨는 강씨가 직접 이 대표와 접촉하기 전까지 둘 사이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했다. 안씨는 이 대표의 골프 코치로 약 10년 동안 친목을 다져왔다. 강씨는 2021년 5월 “개발한 코인 2개를 빗썸에 상장시켜달라”는 송씨의 요청을 받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안씨에게 “이 대표가 힘써줄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안씨는 이 대표와 함께 코인 상장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하고 강씨와 송씨에게 “오직 나를 통해서만 전액 5만원권을 현금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부터 11월까지 강씨는 안씨 편으로 총 30억원의 현금을 건넸다. 강씨가 현금을 마련하면 안씨는 “직원들이 퇴근한 야간에 이 대표가 근무하는 빗썸 사무실로 가져다 달라”고 하거나 자신의 주거지 인근 호텔 후문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 강씨는 비서를 시켜 10억원씩 3차례에 걸쳐 현금이 담긴 가방 및 캐리어를 안씨에게 전달했고, 안씨는 이를 이 대표에게 건넸다.
강씨가 이 대표 명의로 1억원 상당의 A 레스토랑 다이아몬드 멤버십에 가입한 것도 안씨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안씨는 “이 대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다이아몬드 멤버십에 가입시켜주는 게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에 강씨는 A 레스토랑 소속 직원에게 지시해 이 대표 명의로 멤버십을 등록하고, 이 대표와 안씨가 함께 레스토랑에 방문하자 안씨를 통해 “편하게 와서 식사하시라”고 전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음식과 술 221만원어치를 멤버십 포인트에서 차감 결제했다. 이후에도 이곳에서 식사하며 총 8차례에 걸쳐 1152만5000원을 멤버십 포인트로 결제했다.
안씨는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몫도 잊지 않았다. 2021년 10월 안씨는 강씨에게 “네가 차고 있는 명품시계와 같은 시계를 나와 이 대표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면 상장을 빨리 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이후 강씨는 안씨와 이동하던 차 안에서 합계 4억원 상당의 금장 시계 두 개를 안씨에게 건넸다. 안씨는 한 개는 자신이 착용하고 한 개는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초에는 청탁에 이용되는 척 강씨의 돈을 몰래 빼돌리기도 했다. 강씨에게 ‘이 대표가 급히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주기로 한 50억원 중 나머지 금액인 2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씨가 이렇게 받은 20억원을 이 대표에게 전달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당시 안씨는 한 연예기획사가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강씨 몰래 이 회사의 지분 5%를 갖기로 했는데, 빼돌린 20억원은 투자가 이뤄질 때까지 회사를 운영하는 A씨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맡길 생각이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안씨는 그룹 핑클 멤버 겸 배우 성유리의 남편이다. 강씨는 지난 2월 빗썸 관계사 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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