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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1개월이나 2개월만 넣어도 3.5% 이상 주는 예금상품 있나요?”(재테크 커뮤니티)
대규모 예금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최근 ‘단기예금(1~3개월)’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탓에 만기가 짧은 예금상품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채를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은행과 상호금융 등 금융기관은 단기예금 금리를 인상해 ‘대기성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최근 단기예금을 중심으로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만기 1개월짜리인 정기예금 상품을 3%에서 3.2%로 20bp(1bp=0,01%) 인상하고 3개월 만기 상품은 3.5%에서 3.8%로 30bp 인상했다. 6개월 정기예금도 10bp 인상해 1년 만기 상품과 똑같이 4%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어진 금리 인상이다.
케이뱅크가 단기상품을 중심으로 금리를 올린 건 그만큼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금리 때 들어 둔 예금상품의 만기가 돌아온 소비자들이 또 다시 목돈을 1년 이상 장기예금에 묶어두기에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금리가 절정에 달했다는 판단 하에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새 12조원 증가하는 등 은행들의 장기 예적금으로 뭉칫돈이 몰리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 단기예금을 드는 고객의 비중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단기예금(1년미만) 가입자 비중 평균이 지난 1분기 대비 2,3분기 10%포인트 증가하며 짧은 만기 예금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 역시 단기예금 특판을 내놓고 있다. 최근 팽성농협과 남원주농협은 각각 1개월만 맡겨도 3.8%의 금리를 제공하는 단기예금 특판을 열어 바로 마감됐다.
채권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은행과 상호금융의 경우 이 같은 대기성 자금을 끌어 모으고 대규모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큰 무기인 파킹통장이나 단기예금 특판의 금리를 높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정기예금 상품은 3%로 동결했지만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상품을 3.2%에서 3.4%로 20bp 올리고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상품을 3.3%에서 3.6%로 30bp 인상했다. 장기예금의 경우 1년과 2년, 3년 만기가 모두 3.8%로 금리가 동일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금융권은 당분간 수신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만기가 대거 도래함에 따라 재유치를 위한 은행간 수신경쟁도 치열해진 상태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 내 예정된 정기예금 만기 도래액은 1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하며 여섯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당장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미 국채 10년물이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5% 벽을 돌파하는 등 미 국채발 쇼크에 국내 시중금리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목표 수렴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서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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