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연합]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대법원장 공석 상태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는 물론 소부의 사건 처리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이 다음 달부터 구속사건 배당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1월부터 대법원장 권한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에게는 형사 구속사건이 배당되지 않는다. ‘퇴임이 예정된 대법관에 대해 퇴임일 전 2월부터 형사 구속사건을 주심 배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에 따른 것이다. 두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로 6년간의 임기가 끝난다.
이에 따라 11월부터는 소부 심리에 참여하는 나머지 10명의 대법관들이 매일 구속사건을 나눠 배당받게 된다. 통상 대법관 12명이 배당받는 구속사건은 한 사람 당 매달 70여건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11월, 12월에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의 대법관들이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구속사건은 280여건 수준이 된다. 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통상 대법관이 부담하는 구속사건은 월 70건 정도”라며 “구속사건은 실형 가능성이 높고 빠르게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퇴임 전에 배당을 안 한다. 그만큼 사건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도권 판사는 “소부 처리에 큰 지장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속 사건은 대법원에 접수된 형사 사건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달 발간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1만9179건) 중 구속사건은 9657건으로 50.4%다. 2021년 전체 형사사건(1만9929건) 중 50.5%(1만57건)를, 2020년 전체 형사사건(2만 746건) 중 53.1%(1만1018건)를 차지했다. 매월 12명의 대법관들이 처리해야하는 구속 사건은 2022년 67건, 2021년 69건, 2020년 77건 수준이었다.
퇴임 2달 전부터 구속사건을 배당하지 않는 건 2019년부터 시행됐지만, 현 상황에선 대법원장 공백 상태가 계속되는 터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안철상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대법원은 이달 12일부터 안 대법관에게 배당되는 사건도 2분의 1로 줄여 배당하고 있다. 나머지 2분의 1에 해당하는 몫은 11명의 대법관이 나눠 배당받게 된다. 이미 1명당 처리해야 할 재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통상 대법관이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미제 사건은 하루 300~500건 수준이다. 10월부터 대법관 1명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늘어난데다 11월부터는 구속사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올해 말 상고심 미제 사건도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안 권한대행 주재로 전합 심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오는 11월에 심리 필요성이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 전합에 5건의 사건도 계류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대법원장 공백을 시급히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장은 3권 분립에 따른 사법부 최고 책임자기 때문에 공백이 있는 것은 헌법상 중대한 문제”라며 “위헌적인 상태까지는 아니라도 헌법상의 국가기관 중요한 사법부 수장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해서 미치는 영향은 사법부가 수행해야 하는 재판 업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결국에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에 최대한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슬기롭게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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