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데블스 플랜’ 이시원은 끈기와 독기로 뭉친 참가자였다. 피스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일명 ‘못생긴 안경’을 끼고 밤새 머리를 굴리며 결국 비밀번호를 찾아냈고, 소수 연합 속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과몰입도 대단해 동료들의 탈락마다 눈물을 쏟으며 특유의 ‘문어체 화법’으로 드라마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이시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데블스 플랜’ 출연 소감 및 하석진 김동재 세븐틴 승관 조연우 등과의 비화를 전했다. 아래는 이시원과의 일문일답.
◇’데블스플랜’이 전세계에 모두 공개됐다. 소감이 어떤가.
1월 촬영 후 오래 기다린 만큼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다행히 많이 공감해주고 응원해주고 재밌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
◇실제로 방송을 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어땠었나. ‘내가 저랬었나?’ 싶었던 순간은?
너무 격정적으로 일주일을 살았다. ‘좀 더 침착할 걸’ 싶었다. 감정을 잘 추스렸으면 보는 사람들도 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재 탈락 후 더 격정적으로 변했고, 어떻게든 우리 팀이 생존해야 하고 우리 팀에서 우승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승부욕이 많이 올라갔었다. 그 땐 정말 별의 별 것에 집착을 했었고, 그 중 하나가 피스였다.
◇안경을 쓰고 열심히 피스를 맞추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석진이 내게 ‘방송에서 그 장면 나오면 놀라지 말라’고 했었다. 안경 쓴 게 그렇게 못 생겼었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안경을 새로 맞췄다. 하하. 이젠 좀 달라보이지 않을까.
◇’데블스 플랜’ 출연 제안을 받은 당시를 회상한다면?
난 서바이벌을 한 적도 없고 성격상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주저했는데, 정종연PD가 꼭 나와달라고 강력하게 말해줘서 그 분만 믿고 출연했었다. 난 협동하고 힘을 합쳐서 성취하는 게 맞는 인간인데 왜 이런 힘든 서바이벌에 넣으셨나 싶었지만, 신기하게도 도파민이 흘러 넘쳤다.
◇합숙하면서 정말 빠르게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좁은 장소, 한정된 기간인데 희한하게 그 시간이 몇 개월 같았고 그 공간이 전세계인 것 같았다. 마치 경주마처럼 달렸었다. 실제 서바이벌에서 가장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동료가 다쳤을 때라고 하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욤과 김동재 등 첫 연합을 구축한 동료들이 떨어지니 그 슬픔이 경쟁심과 승부욕으로 발휘되더라. 내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누구라 생각했나.
다들 만만치 않다고 느꼈다. 처음에 화기애애하지만 저 안에 많은 걸 숨기고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웃는 얼굴 뒤에 칼을 숨긴 느낌이랄까. 초반에 여러 명과 대화를 하면서 김동재가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합을 제안하긴 했다. 하지만 우승 후보 궤도와 하석진은 확실히 결승에 갈 만한 사람이었다. 궤도는 판을 읽는 능력이 좋고 하석진은 냉철하고 한 방이 있다.
◇동료들의 탈락에 연일 눈물을 쏟았다. 며칠 본 사람과 그렇게 빠르게 정서적 유대 관계가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이건 합숙의 힘이다. ‘나는 솔로’처럼 며칠 함께 하니까 그 세계에 푹 빠지는거다. 합숙을 하니 시간과 공간의 확장성이 엄청나서, 어제 만났는데도 꽤 아는 사이 같았다. 그 중에서도 김동재는 처음부터 날 잘 따랐다. 친동생 같은 김동재에게 모성애를 느꼈다. 그래서 김동재 탈락에 더 격정적인 모습이 나온 것 같다.
◇하석진과의 끈끈한 연대감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가.
김동재가 탈락한 이후 감정이 증폭된 상태로 하석진과 함께 했다. 내 마지막 동료인 하석진을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강한 마음이 생겼다. 김동재에게 모성애가 생겼다면 하석진과는 전우애가 생겼다. 더이상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블라인드 오목을 두러 갈 때도 내가 먼저 ‘몸빵’을 한 것이었다. 내가 단서를 남기고 갈테니, 하석진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전우애였다. 우리에게서 우승자가 나오려면 내가 먼저 돕는 사람이 되고 신뢰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성정이 그 때 나온 것이다.
◇’데블스 플랜’을 하며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은?
감옥에서 비밀번호 2024를 누르고 벽난로가 열리던 순간이 가장 짜릿했다. 솔직히 계단 내려가면 바로 보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미션이 나오는 걸 보며 ‘역시 정종연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구나. 이래서 데블스 플랜이구나’ 싶었다. 사실 블라인드 오목을 연습할 시간이 한 시간만 있었어도 참 좋았을텐데 싶다. 오목에 자신 있는 편이라 생활동에서 하석진 김동재와 오목을 두며 다 이겼었다. 그런데 블라인드 오목이라니. 오목 한 수 한 수를 기억 못해 막기 급급하다가 졌다. 게임이 뭔지 알았거나 연습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때 누군가는 그 일을 했어야 했다. 그게 팀워크고.
◇반면 가장 슬펐던 순간은?
두 가지가 있다. 처음엔 김동재가 탈락했을 때. 내가 굉장히 챙기고 아꼈던 친구고 충분히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응원을 많이 했는데 황망하게 떨어진 걸 보며 굉장히 슬펐다. 또 다른 건 하석진이 감옥에서 엉엉 울 때였다. 나 없을 때 힘들게 싸웠지만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만약 하석진도 탈락했다면 내가 ‘개죽음’이 될 수도 있었는데, 내 몸을 던져서 하석진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 좋았다. 마지막 결승전 날 다 같이 모였을 때 하석진이 결승에 올라간 걸 접하고 너무 신이 났다. 자랑스럽고 고맙고 뿌듯하고, 내가 먼저 블라인드 오목을 하러 들어갔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석진은 배우로서 극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시원의 ‘문어체 화법’, ‘명언 화법’도 비슷한 이유로 나온 것이었나.
난 방송적으로 뭔갈 생각하지 않았다. 하석진은 정말 능구렁이같다. 나는 모든 게 진심이었다. 그런데 정말 주변 사람들에게 ‘이럴 수가’ 라는 말을 잘 안 하는 편인가? 나는 책을 워낙 좋아하고 대본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문어체 화법을 쓰고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 책을 보고 말을 배워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정종연PD도 내게 수 차례 ‘명언충’이라고 한 적 있다. 몇 번 그 말을 듣고 ‘뭔 말을 못하겠네’라고 했었다. 하하.
◇’궤도의 공리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플레이어로서의 궤도는 어떤 사람이었나.
일단 나는 신념을 밀고 가는 궤도를 굉장히 존중한다. 다만 서바이벌에선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지, 오래 나오는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오래 남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즐겁게 게임하는게 중요했다. 우승자를 가리러 왔는데 게임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건 나와 맞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궤도와 대척점에 섰다. 하지만 게임 안에 있었으니 그랬던 거지, 사회에 나가면 부딪힐 일이 있을까 싶다. 실제로는 촬영 이후에도 만나 잘 지냈다.
◇이시원의 다른 연합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난 게임에 따라, 패에 따라, 판에 따라 연합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나이브하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돌아가지 않아 아쉬웠다. 동물원 게임에서도 궤도와 내 패가 똑같았는데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연합이 공고한 점은 아쉬웠다.
◇다수 연합이 끊어질 듯 말듯 절대 끊기지 않았다. 소수 연합으로서 억울함은 없었나.
그 안에서는 답답했다. 하지만 그걸 원망하기보다는 다른 식으로 타개하려 했다. 그 때 떠오른 게 피스였다. 아무리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 피스에 집착을 했다. 뭔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데블스 플랜’을 보며 만족스러웠던 장면이 있다면?
방송에 나가진 않았지만 하석진과 감옥에 있었을 때 에피소드가 있다. 블라인드 오목 전, 내가 게임에서 떨어지면 하석진이 못 씻을 수 있으니 내가 하석진에게 물을 부어주며 씻겨줬다. ‘난 갔다와서 씻을게’ 하며 안 씻었는데, 그렇게 탈락한거다. 내가 떨어지고 나서 하석진이 혼자 씻는 모습을 보니까 귀여우면서도 불쌍하더라. 또 ‘데블스 플랜’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화롭던 순간은 세븐틴 승관과 감옥에 함께 하던 날이었다.
◇승관과 감옥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나.
방송에서는 나와 승관이 고리 퍼즐만 열심히 푸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감옥에서 나가기 위해 자물쇠에 빗과 펜을 넣어 풀려고 했다. 물론 어림 없었다. 하하. 또 승관과 서로에 대한 가치관,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인생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무래도 승관은 아이돌이라 절제돼 있지 않나. 그래서 ‘너 살고 싶은 대로 살아라. 다만 책임만 네가 지면 된다’고 말했다. 또 승관은 ‘데블스 플랜’에서도 연합에서 나오고 싶어했지만 압력이 있다보니 못하고 있었는데, 난 후회 없이 네 선택을 하라고 말했다. 연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승관의 말에 ‘남이 하라는 대로 하니까 그렇다. 날 공격하고 싶으면 해라. 받아줄테니까. 날 죽일 생각이면 죽여봐. 안 죽을테니까’라고 응수했다. 그러니까 승관이 각성하더라. 이후 승관이 ‘하이 로우’ 게임에서 빗장을 해제하고 자기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며 너무 멋있고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또 승관은 내게 ‘나는 사람 잘 봐. 촉이 있어. 누나는 뭔가 할거야’라며 자신감을 줬는데, 막연하게 주는 그 자신감과 긍정성이 내게 큰 힘이 됐다. 그 힘든 곳에서 남에게 따뜻한 용기를 줄 수 있는 게 승관의 힘이다. 김동재가 떨어지고 메마르고 차가운 겨울땅 같은 내 마음을 녹여준 날이었다. 지금까지도 승관에게 고맙다.
◇이시원은 그동안 다양한 발명을 해 왔다. 발명을 할 땐 무엇이 불편한지 살펴보는 관찰력과, 그걸 새로운 단계로 개발할 수 있는 창의성, 또 번뜩이는 재치가 필요하다. 이시원의 그런 부분이 ‘데블스 플랜’에서도 도움이 됐나.
그렇다. 관찰력은 매우 중요하다. 발명할 때도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때 ‘왜 불편할까?’,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하는데, 그 성향이 ‘데블스 플랜’에서도 도움이 됐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를 믿는 용기’다. 나를 믿어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 소수 연합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를 믿었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할 수 있었다.
◇바둑기사 조연우와도 연합을 맺어 활약했다.
조연우와는 룸메이트라 굉장한 끈끈함이 있었다. 하석진 김동재 승관 못지 않게 연우와 ‘찐 우정’ 워맨스를 찍었다. 처음 만난 날 밤, 밤을 샐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도중에 편이 갈라졌음에도 서로에 대한 막연한 신뢰가 있었다. 조연우는 평온하고 평정을 잃지 않는 담백한 성격이고, 나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격정적인데 상반되는 성격임에도 굉장히 결이 잘 맞았다. 서로에게 없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존중하는 관계였다.
◇’데블스 플랜’을 시작으로 다른 예능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나를 보여준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고 무서운 일인데, ‘데블스 플랜’을 통해 ‘좀 더 해봐도 재밌겠다’ 싶었다. 차기작도 곧 나오고, 예능도 하면서 내년엔 다작을 하고 싶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만 있다면 비중은 중요치 않으니 뭐든지 열심히 하고 싶다. 또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따뜻한 발명처럼, 나의 따뜻한 면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 도전하고 성취하며 마음이 뜨거워 지는 경험을 원한다.
◇만약 ‘데블스 플랜2’ 제안이 온다면 출연할 것인가.
왠지 안 불러주실 것 같은데. 하하. 아직은 고민이 된다. 하지만 ‘여고추리반’처럼 출연자들이 협심하고 성취하는 프로그램은 꼭 해보고 싶다. 불러만 주신다면 너무 영광일 것 같다. 나의 관찰력과 새로운 창의성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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