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23.10.19.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9일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3.5%) 동결을 결정했다. 6회 연속 동결이다. 예상치 못한 중동 분쟁 등 영향으로 경기·물가·가계부채 전망 불확실성이 확대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3개월 이후의 방향을 두고는 의견이 갈라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 금통위원 중 5명은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다른 1명은 ‘인상·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그간 한은이 일관되게 추가 긴축 경고를 보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이 총재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중동 분쟁, 기준금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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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금통위 이후 발생한 가장 큰 변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다. 이달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분쟁은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총회 및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은은 이번 사태 영향과 관련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물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중동 분쟁이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 유지 또는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높아진 국제 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동 분쟁이 통화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전쟁 확전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려 한국 성장이 타격을 입으면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중동 전쟁 확전 시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년 세계 성장률이 1%포인트(p) 떨어진 1.7%에 머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기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회복을 확신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등 영향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1%대 금리 기대 마라” 3.5% 장기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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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
한은이 주목하는 또 다른 지표는 ‘가계부채’다. 한은은 최근 잇달아 시장에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냈다. 가계부채 증가는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 유지 또는 인상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101.7%로 전분기(101.5%)보다 0.2%p 올라 4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다고 밝혔다. 최근 주택가격이 반등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도 “많은 금통위원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점진적으로 GDP 대비 (비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통화정책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에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레버리지(대출)를 내서 (주택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이 혹시 ‘기준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적을 것’이란 생각이라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린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현행 수준 기준금리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추후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총재로선 금융당국과 ‘엇박자’ 목소리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통화당국은 부채 축소를 강조해 정책 방향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최근 모로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거나 서울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든 하면 그때 혼나야 하는데 갑자기 금융당국과 한은 간 의견이 다르다고 얘기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p까지 벌어진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차가 2%p까지 벌어진 것을 1%p로 다시 줄여야만 안전하다는 그런 이론은 없는 것 같다”며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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