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아이폰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안 쓰면 왕따’라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중저가폰부터 고가폰까지 다양한 제품라인업이 있는 삼성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은 고가 라인업에만 몰려있으나, 젊은 층은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도 아이폰을 택하는 모습이다.
韓도 美도 1020세대 아이폰 열풍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발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8~29세의 65%가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갤럭시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32%에 그쳤다. 특히 여성 사용자의 아이폰 선호 경향이 뚜렷했다. 18~29세 여성은 71%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한국 시장 전체로 보면 갤럭시가 여전히 아이폰을 압도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69%는 ‘갤럭시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60대(86%) ▲50대(85%) ▲40대(78%) 순으로 갤럭시 이용률이 높았다. 유일하게 18~29세 청년층에서만 아이폰 사용률이 갤럭시의 2배에 달하며 우위를 보인 셈이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10대 청소년 대부분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이달 공개한 연례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 10대 중 87%는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한 10대도 88%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4∼27일 미국에 거주하는 9193명의 10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내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에서 부는 아이폰 열풍을 두고 “아이폰을 가지라는 사회적 압력이 미친 수준”이라고 평했다.
“갤럭시 쓰는 남자는 별로”…남다른 아이폰 충성에 논란도
연령대별로 스마트폰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갤럭시를 두고 ‘아재폰’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갤럭시는 그간 디자인과 감성 측면에서 아이폰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통화녹음, 삼성페이 등 갤럭시만의 차별화된 기능이 편리함을 주는 건 맞지만, 젊은층의 이목을 끌만큼 트렌디하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갤럭시를 ‘갤레기(갤럭시+쓰레기)’로 비하하는 용어도 생겨났다.
특히 최근 일부 유튜브 채널에서도 갤럭시를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논란된 바 있다. 이른바 ‘홍보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주무관이 운영하는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최근 갤럭시에 대한 젊은층의 비판적 의견이 나와 화제 됐다.
문제가 된 영상에서 김 주무관이 “갤럭시를 쓰면 좀 그렇냐. 요즘 대학생의 분위기가 궁금하다”고 묻자, 대학생 A씨는 “상관없는데 그 휴대폰으로 저를 찍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A씨는 “제 친구가 번호를 요구받았는데 상대방이 들고 있던 휴대폰이 갤럭시였다. 엄청 당황했다더라”며 “그 남성에게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했다”고 했다. 김 주무관이 “번호를 물어본 사람 폰이 갤럭시여서 연락 안 했느냐”고 되묻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그런가 하면 가수 성시경씨 또한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갤럭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얼마 전 어린 여자애를 만났는데 ‘오빠, ‘갤레기’ 써요?’라고 하더라”며 “어린아이들은 당연히 아이폰이어야 하는 그런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갤럭시는) 아저씨들의 폰이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씨는 “난 개인적으로 아이폰보다 갤럭시 사진이 더 따뜻하고,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예인들의 아이폰 사랑, 10대에 영향 끼쳤다는 분석도
아이폰이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이유로 연예인들의 애플 사랑이 꼽히기도 한다. 1020세대에게 영향력이 큰 유명 연예인들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폰이 세련된 이미지로 거듭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뉴진스’는 ‘ETA’ 뮤직비디오를 아이폰 14 프로를 통해 촬영해 화제됐다.
한때 갤럭시 모델로 활동했던 블랙핑크 멤버들도 계약 종료 후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멤버 지수는 계약 만료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이폰으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와우 겨우 바꿨다. 새로운 전화, 귀여운 케이스(new phone, cute case)”라고 쓴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또 에어드랍, 아이메시지 기능 등 아이폰 유저들끼리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청소년들의 ‘또래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사용자 간 동질성을 강화시켰다는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 또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 중이다. ‘갤럭시Z 플립’ 시리즈를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이나 메종 마르지엘라 등과 협업하거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위해 ‘폰꾸'(폰꾸미기) 액세서리를 늘리는 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전 지역, 전 계층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기능을 제공하는 게 삼성전자의 의무이자 바람”이라며 “지금과 같이 특정 계층에서 선호도가 갈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시장의 경우 영업과 마케팅팀에서 원인을 분석 중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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