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서 물·식량·연료·의약품 등 필수 물자가 거의 고갈된 가운데 병원 등 의료서비스가 “붕괴 직전” 상황으로 몰렸다고 유엔이 20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날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내 1차 의료시설의 6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병원들은 전력·의약품과 각종 장비·인력이 고갈돼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발전용 연료 부족으로 병원들은 운영 중단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안에 남은 소량의 연료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가자지구 내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은 이주 초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기구(UNRWA)로부터 1만600L(리터) 분량의 연료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수천 명이 피란해 있는 가운데 이제는 기껏해야 24시간 분량의 연료만 남아 있다고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이에 따라 알시파 병원은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일부 엘리베이터와 온수기, 에어컨을 끄고 중환자실·인큐베이터·투석 기기 운영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MSF는 성명에서 “우리는 이미 환자 돌봄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간단히 말해 전력이 없으면 특히 중환자실·신생아실 환자와 인공호흡기 이용 환자를 비롯한 많은 환자가 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9000여명의 환자에게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항암화학요법을 시술하는 튀르키예·팔레스타인 우정병원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 1대에 의지해 운영을 계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측은 병상 부족으로 많은 환자가 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는 등 몰려드는 환자를 병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투석·제왕절개·항암 치료 등 핵심 의료시술마저 곧 중단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UNRWA도 15일 분량의 의약품과 1주일 분량의 인슐린만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WHO에 따르면 기록된 사례만 의료시설 공격이 59차례, 구급차 공격이 23차례에 이르는 등 의료시설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고 있어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습으로 속출하는 환자 다수가 중상인 데다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자가 부족해 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의사들이 치료할 환자를 선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알시파 병원 병원장인 무함마드 아부 살미야 박사가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공습으로 몰려든 부상 환자 60명이 병상 부족으로 대기 중인 가운데 다수가 위중한 상황이지만, 물자는 떨어져 가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8일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을 1차로 가자지구 남부 라파 검문소를 통해 반입하는 데 조건부로 합의했다. 그러나 물·식량·연료·의약품 등 필수 구호물자의 반입이 물자 양과 품목 등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으로 지연되면서 여전히 외부 물자 반입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가자지구 보건부는 “우리는 국제사회에 병원에 가는 의료물자와 연료의 반입을 더 서둘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국제사회가 의료 인력·기관과 구급차를 상대로 한 국제법 위반 행위를 멈춰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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