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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완전정복]⑧문과생도 이해하는 산화와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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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금은 배터리 시대입니다. 휴대폰·노트북·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곳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은 배터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 학생, 배터리 산업과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배터리의 기본과 생태계, 기업정보, 산업 흐름과 전망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배터리는 어떻게 전기를 품고 있다 내보내는 걸까? 배터리 기본 원리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에너지, 혹은 전기를 저장한다고 생각기 쉽지만 실제로는 전지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을 통해 전기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1800년 이탈리아 과학자 알렉산드로 볼타가 만든 이른바 ‘볼타 전지’부터 현재 전기차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까지 모두 같은 원리다. 다만 어떤 물질을 어떻게 조합해서 전지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다를 뿐이다. 지금도 수많은 과학자들은 성능이 좋으면서도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산화와 환원, 전자를 잃고 얻는 것

전지의 원리를 알기 위해선 우선 산화(Oxidation)와 환원(Reduction)의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면 원자가 된다. 원자는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자는 어느 조건을 만족하면 원자에서 나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이를 자유 전자라고 한다. 전지에서 전기가 흐른다는(전류가 발생하는) 것은 양극과 음극을 이루는 물질 사이에서 전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 전자의 이동을 설명하는 것이 산화와 환원 과정이다.

산화와 환원의 고전적인 의미는 어떤 물질이 산소를 얻거나(산화) 잃는 것(환원)이다. 여기서 더 발전해 수소를 잃는 것(산화)과 얻는 것(환원)으로 개념이 확장했다. 더 광범위하게는 전자를 잃는 것을 산화, 얻는 것을 환원이라고 부르게 된다. 전자의 잃고 얻음을 수치로 표현한 ‘산화수’의 개념으로 산화와 환원을 설명하기도 한다. 산화수가 증가하면 산화, 줄어들면 환원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화학 결합에서 산화와 환원은 동시에 일어난다. 산화와 환원을 동시에 일컬어 산화-환원(redox)이라고 한다. 질산은 용액에 구리 금속을 담가두면 용액 색깔이 푸르게 변하고 은 금속이 석출(액체 속에서 고체가 생기는 것)되어 나온다. 구리는 전자 2개를 질산은 속의 은 이온에 주고 구리 이온으로 변해 용액으로 흘러 들어간다(산화). 질산은 속의 은 이온은 전자 2개를 받아들여 은 금속이 된다(환원). 이를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구리와 산소를 반응하면 산화구리(2CuO)가 되는데, 구리는 전자 2개를 주면서 산화되고 산소는 구리로부터 전자 2개를 받으면서 환원된다. 자신이 환원돼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는 물질을 환원제, 반대로 자신이 산화돼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물질을 환원제라고 한다. 산화구리에서 산화제는 산소, 환원제는 구리가 된다.

전지는 이러한 산화와 환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전지는 크게 양극(cathode)과 음극(anothe)으로 구성돼 있다. 양극과 음극을 통틀어 전극(electrode)이라고 부른다.

전지에서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곳을 양극,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곳을 음극이라고 정의한다. 전자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음극(전자를 잃으므로)에서 나와 도선을 거쳐 환원반응이 일어나는 양극(전자를 얻으므로)으로 이동한다.

전류는 그 반대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전자의 이동과 전류의 이동 방향이 거꾸로 인 것은 전자의 이동을 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전기 현상을 발견하고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고 정의했는데, 후대에 전자가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최초의 화학 전지인 볼타 전지도 산화와 환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볼타 전지는 묽은 황산 용액(H2SO4)에 아연(Zn) 금속판과 구리(Cu) 금속판을 넣고 도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때 아연 금속에서는 전자를 내주는 산화반응이, 구리에서는 전자를 받는 환원 반응이 일어난다. 아연에서 나온 전자는 도선을 따라 구리 금속판쪽으로 이동한다. 전류는 반대로 구리→아연으로 흐른다. 볼타 전지에서 이런 화학반응이 지속해서 일어나며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때 전자를 잃은 아연은 아연 이온(Zn2+)이 되어 금속판에서 빠져나와 황산 용액에 녹아들게 된다. 양극으로 이동한 전자는 용액 속에 녹아있는 수소 이온(H+)과 결합해 수소 가스(H2)로 환원된다.

이것을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전지에서 전자를 제공하는 물질을 음극 활물질(활성물질)이라고 하며, 전자를 얻는 물질을 양극 활물질이라고 한다. 볼타 전자에서는 아연이 음극 활물질, 수소 이온이 양극 활물질이 된다. 또 수소 이온이 산화제, 아연이 환원제가 된다.

그럼 어떤 물질은 환원되고 어떤 물질은 산화되는 걸까. 산화와 환원을 결정하는 것은 이온화 경향이다. 즉, 이온화 경향에 따라 전지에서 음극이 될 수도, 양극이 될 수도 있다. 산화하는 경향이 크다면 음극, 환원하는 경향이 크다면 양극 물질로 사용된다.

이온화 경향은 금속 물질이 전자를 잃고 양이온이 되려는 성질(산화되려는 성질)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어떤 물질의 반응성에 따라 이온화 경향을 계산해 표로 만들었다. 중·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외웠던 ‘칼칼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은백금’이 바로 그것이다. ‘칼륨(K)>칼슘(Ca)>나트륨(Na)>마그네슘(Mg)>알루미늄(Al)>아연(Zn)>철(Fe)>니켈(Ni)>주석(Sn)>납(Pb)>수소(H)>구리(Cu)>수은(Hg)>은(Ag)>백금(Pt)>금(Au)’ 순서로 산화되려는 성질이 크다는 뜻이다. 수소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갈수록 산화되려는 성질이 강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환원되려는 성질이 강하다.

예를 들어 묽은 황산(2HCl)에 아연(Zn)을 넣어주면 수소보다 이온화경향이 큰 아연은 전자 2개를 내어준다(산화). 이 전자는 황산 속 수소(2H+)와 만나 수소가스(H2)를 내어준다(환원).

이온은 전자를 얻거나 잃어 전하(電荷, 전기적 성질, electric charge)의 성질을 띠는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전자를 잃으면 양이온, 얻으면 음이온이 된다. 우리가 리튬이온배터리를 리튬배터리와 구분하는 이유는 전지 속에 리튬이 리튬금속이 아닌 리튬이온 형태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압은 어떻게 생길까…표준환원전위

양극이나 음극에서 전자가 이동할 때 전하의 위치 에너지가 생기는데 이를 전위(電位, electric potential)라고 한다. 물이 높은 곳에 있을수록 떨어지는 힘이 커지듯 전위가 높다는 것은 전자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전위는 금속의 반응성, 즉 이온화 경향에 따라 다르다.

과학자들은 표준 상태에서 수소와 수소 이온 사이에 생기는 전위값을 기준으로 다른 금속의 상대적 전위값을 구했다. 이를 표준환원전위(Standard Reduction Potential)라고 한다. 표준상태란 온도가 25°C, 압력이 1기압(1atm), 이온 농도가 1몰(M)을 의미한다. 전위의 단위는 볼트(V)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아연의 표준환원전위는 -0.763V인데 이는 수소와 수소 이온 사이에서 생기는 전위(0V)보다 0.763V 낮다는 의미이다.

표준환원전위의 값이 양(+)의 값이면 표준 상태에서 수소 이온보다 환원이 잘되고, 음(-)의 값이면 환원이 잘되지 않는다. 표준환원전위는 환원되는 성질을 기준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산화의 성질은 그 반대로 이해하면 된다. 음(-)의 값이 클수록 잘 산화된다(전자를 잘 잃는다)는 뜻이다.

리튬의 표준환원전위는 -3.045다. 리튬은 산화가 아주 잘되는 금속이다. 리튬의 이런 성질 때문에 처음에는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활용하려는 전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 박사가 존 구디너프 교수가 개발한 리튬코발트옥사이드(LCO)라는 물질을 양극 소재로 사용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가 탄생하게 됐다. 이들이 2019년 노벨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표준환원전위는 전극의 반쪽만을 측정한 것이어서 ‘반쪽 전위(반전위)’라고 한다. 전위가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면 전위차가 발생하는 데 이것을 기전력(起電力, electromotive force)이라고 부른다. 기전력을 한자로 풀이하면 ‘전기를 일으키는 힘’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원리와 같다. 기전력의 단위도 볼트(V)로 표시한다. 전지에서는 양극과 음극의 전위차에서 기전력(전압)이 발생한다.

전지의 기전력(E)의 크기는 ‘양극의 표준환원전위-음극의 표준환원전위’로 구한다. 건물에서 꼭대기층과 지하층까지 총층수를 구하는 공식과 같다.

볼타전지의 경우 수소이온(0V)이 실질적인 양극 활물질 역할을 하므로 기전력은 0-(-0.763)=0.763V가 된다. 이론적으로 전위차가 큰 금속을 각각 양극과 음극 물질을 사용하면 높은 전압을 얻어낼 수 있다.

볼타전지 기전력(E)=0-(0.763)=0.763V

볼타 전지와 다니엘 전지1974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는 소금물에 적신 종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성질이 다른 은판과 아연판을 계속 쌓은 후 두 금속을 구리선으로 연결하면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볼타의 전퇴(電堆, Plie)라고 부른다. 볼타는 1800년 전퇴를 개량해 전극으로 구리판과 아연판을, 소금물 대신 묽은 황산을 이용한 볼타전지를 발명했다. 볼타전지는 세계 최초의 화학전지로 불린다. 볼타는 전기 연구에 크게 공헌한 공로로 나폴레옹으로부터 작위 훈장을 받았으며 그의 이름을 따 전압의 단위를 볼트(V)로 사용하는 영광을 얻게 됐다.

볼타전지는 그 과학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수소 가스가 양극의 구리판에 달라붙는 ‘분극 현상’이 발생해 실제 사용하기에는 어려웠다. 볼타 전지를 개량해 세계 최초로 실용적인 화학전지를 만든 사람은 영국의 화학자 존 프레데릭 다니엘이다. 1836년 다니엘은 황산 용액이 담긴 다공성 토기 그릇에 아연 전극을 넣은 뒤, 다시 이 토기그릇을 황산 구리 용액이 채워진 구리 냄비에 띄우는 방식으로 전지를 만들었다. 토기 그릇에는 미세한 구멍이 나 있어 각각 용기에서 발생한 이온이 서로 오고 갈 수 있다. 다니엘 전지는 볼타 전지보다 안정적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었으며 현대 1차 전지의 기본이 됐다. 다니엘전지의 기전력은 1.1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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