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이 이번 달에도 3조4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가계 빚은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1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지난 달 말보다 3조4027억원 더 늘었다. 이번 달 들어 약 20일 동안의 증가 규모가 이미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6814억원 늘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달까지만 해도 감소를 나타냈던 신용대출도 이번 달 들어서는 8871억원 늘며 증가로 돌아섰다. 이대로 10월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날 경우 2021년 11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증가를 기록하게 된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 빚 증가와 맞물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로, 약 한 달 전인 지난 9월 22일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p) 뛰며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도 1등급·만기 1년 시준 연 4.620~6.620%로, 한 달 만에 상단과 하단이 모두 0.060%p씩 높아졌다.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다. 특히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면서 상승세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4.550~7.143%로 상단과 하단이 각각 0.280%p와 0.044%p씩 상승했다.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석 달 만에 0.160%p 오르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가계부채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과 연결된 것이 많아 결국 부동산 가격 문제와 같다”며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차입)로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금융(이자)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산 뒤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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