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뒤쪽으로 172m 높이의 VCV(수직 연속 압출가교설비) 타워가 보인다. [LS전선 제공] |
[헤럴드경제(동해)=김은희 기자] LS전선이 미국과 유럽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신설하고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나아가 중동으로 시장을 넓혀 5년 내 해저케이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9일 강원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대부분의 해저케이블 수요는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각각 블록화돼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미국은 이제 막 해상풍력을 시작하는 시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선진업체 한 곳이 가동을 막 시작했고 다른 한 곳은 투자 단계라 공급이 극히 부족하다”며 “미국 투자를 가장 먼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금액 규모나 공장부지 등은 결정된 바 없다. 다만 부지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돌입하는 등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인 만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본고장인 유럽은 영국을 기반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유럽은 이미 국가별로 그리드(전력)망이 형성돼 있고 전 세계 해상풍력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HVDC(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 공장 신설을 영국 위주로 검토하고 있고 영국에서 만들어 내륙으로 가는 수요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해저케이블 산업의 경우 선진업체가 이미 장악하고 있지만 현지 진출 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LS전선은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제조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이 있지만 해저케이블이 무겁고 특수선으로만 운송할 수 있어 유럽까지 싣고 가는 비용이 판가의 15~20%에 달해 그간 시장 경쟁력을 갖지 못했던 것”이라며 “지역 내 거점을 두고 생산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원(가운데)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과 이상호(왼쪽)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가 지난 19일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 등 아시아에서의 해저사업도 확대한다. 일단 베트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LS전선아시아는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PTSC와 현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투자와 관련한 금액 규모와 공장부지 등은 아직 논의 중이다.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는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6GW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LS전선의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아 PTSC와 호치민 인근 항만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베트남에서 싱가포르로 전기를 보내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해저케이블 공장을 완성하면 베트남 내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과점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LS전선아시아는 기대하고 있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서 전력케이블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LS전선은 재원 마련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LS전선 재경구매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상호 대표는 “해저케이블은 성장사업인 데다 신재생에 가치를 두고 있어 금융 지원을 하겠다거나 합작하자는 회사가 넘쳐난다”며 “산업은행과의 1조원 규모의 MOU(업무협약)를 포함해 재원은 충분히 마련돼 있고 추가 조달하는 데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LS전선의 기업공개(IPO) 계획과 관련해선 해외 투자가 본격적으로 수익으로 돌아오는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LS전선 관계자들이 동해사업장에서 해저케이블을 산적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
LS전선은 올해 8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며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LS전선아시아까지 ‘삼각편대’를 구성해 글로벌 해저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는 “LS전선이 모기업이 되면서 기존에 통신 영역의 제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전력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해상풍력 시장에 같이 진출함으로써 향후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LS전선은 ‘5년 내 해저케이블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LS전선의 2022년 해저케이블 매출액은 4000억원이다.
김 본부장은 “전 세계가 해상풍력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고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도 사업 제안서가 들어와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해저케이블 생산과 포설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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