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주(가운데 왼쪽)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이달 4일 KB골든라이프케어의 자회사 편입을 기념해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를 방문하고 전영산(가운데 오른쪽) KB골든라이프케어 대표이사 및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모습. [KB라이프생명 제공]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전통 부촌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KB골든라이프케어가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을 새롭게 선보인다. 은퇴 후에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가족과 친구 가까이서 지내고픈 70~80대 노년층이 대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골든라이프케이는 올 12월 평창동에 실버타운을 세운다. 현재 종로구청과 입주자 모집과 관련한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2016년 KB손해보험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빌리지(노인요양시설)와 케어센터(주·야간보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부자 동네’에 들어서는 시설이지만 보증금과 월 이용료는 서울 시내 타 시설에 비해 높지 않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평창동 실버타운 입주 고객 타깃을 ‘중산층’으로 잡았다. 고급 실버타운의 경우 수억원의 보증금, 수백만원에 달하는 월 이용료가 책정돼있어 연금생활자 등 중산층이 접근하기에 허들이 높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 관계자는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연금을 받는 은퇴한 중산층이 월세를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현금흐름이 있는 노년층들이 70대 중반부터 최소 80대 초반까지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이 나이가 더 늘었을 때 추후 노인요양시설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서울 도심에 위치해있으면서도 북한산 자락이라 자연친화적인 평창동 입지를 고려할 때 중산 노년층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요양시설 등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2025년에 강동·은평·광교 등 서울 및 수도권지역에 노인요양시설 3곳과, 주야간보호서비스를 3곳을 더 운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운영 중인 위례·서초 등 요양시설은 대기자가 길어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123RF] |
더클래식500 등 초고가 실버타운 말고, 중고가 실버타운이 나오게 된 배경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노년층의 등장과 맞닿아있다. 이들 세대는 우리가 흔히 ‘경로당’으로 표상해 생각하는 노년 세대보다 더 나은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재혼을 한 건수는 남성이 3290건, 여성이 2018건을 기록, 남녀 모두 재혼건수가 2000건을 최초로 넘었다. 새 인생을 살기 위한 선택을 하는 노년층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연구원 또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도전과 과제: 신노년층 등장과 보험산업 대응 CEO 리포트’를 통해 “노인세대의 사회적 부양 여건은 크게 악화되더라도 이들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며 “고령화와 신노년층 등장에 따른 새로운 수요 변화에 대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요양 및 실버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나금융 또한 2006년 금융권 최초로 사회복지법인인 ‘하나금융공익재단’을 통해 관련 사업을 전개해가는 중이다. 2009년 처음 경기도 남양주시에 노인요양시설인 하나케어센터를 만들었으며, 요양시설 운영 외에도 시니어고객 자문단, 고령층 상품을 통해 종합적인 시니어 맞춤형 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금융은 내년 중점 계획 중 하나로 요양사업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신한지주 또한 신한라이프를 통해 실버타운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신한라이프가 실버타운 조성을 위한 은평구 부지를 매입했고, 요양시설을 위한 부지도 별도로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은행은 은퇴 상품을 내놓고, 보험사들은 요양 시설 운영 등을 맡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추가 사업을 지원하는 등 ‘멀티 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지주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요양산업이 수요에 비해 공급 측면에서 양극화돼있거나, 운영주체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금융사들이 이런 측면에서 자금력이나 신뢰도가 쌓여있는만큼 시니어들을 잡기 위한 사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