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의 인서트》
드라마 속 중요 장면을 확대하는 인서트처럼,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방송가 이슈를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스타에게 ‘이미지’는 생명과 마찬가지다. 스타가 만든 혹은 만들어진 이미지는 그대로 대중에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배우 이선균이 대중이 생각한 이미지와 달리 마약 투약 의혹을 받아 큰 충격을 안겼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아직 경찰 내사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이 뒤바뀔 순 있다. 하지만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이선균이기에 대중적 반응은 아직까진 차갑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선균은 1999년 비쥬 ‘괜찮아’ 뮤직비디오를 데뷔한 후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데뷔 24년 차를 맞은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특히 많은 사람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에 출연했던 만큼 충격은 더욱 크다.
10월 19일 오후 톱스타 L씨가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L씨로 표기됐지만, 힌트를 줬다. 2001년 MBC 시트콤으로 데뷔한 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활동했다는 것.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단서를 조합해 L씨는 이선균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어 다음날인 20일 L씨는 마약 공급책에게 압박을 느껴 수억 원의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L씨는 대마를 하면서 마약 공급책에 거액의 돈을 건넨 건 사실이었다. L씨가 건넨 금액은 대략 3억 원이었다. 결국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입장을 내면서 L씨의 이름이 공개됐다.
소속사는 “현재 이선균 배우에게 제기 되는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선균 배우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인 A씨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아와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향후 진행 상황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씨를 비롯해 8명을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선균, 황하나, 한서희 등이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1일 채널A에 따르면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이선균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선균의 모발 검사를 위해 신체 압수 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 소속사의 입장문이 공개된 후 이선균의 모습은 점차 사라졌다. 그가 등장하는 광고가 하나둘씩 내려간 것. 한 이동통신사는 이선균과 그의 아내 전혜진을 내세운 교육용 콘텐츠 광고를 내렸다. 전혜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는 반응도 있지만, 남편과 함께 광고를 찍었기에 발 빠르게 광고를 내린 건 이동통신사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선균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 영양제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고계뿐만 아니라 영화계도 비상이다. 이선균이 촬영 완료한 작품은 영화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와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이다. ‘탈출: PROJECT SILENCE(이하 탈출)’은 올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18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기도.
사실 ‘탈출’은 올해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배급사 CJ ENM 관계자는 개봉 시기가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기에 수사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행복의 나라로’ 배급사 NEW도 해당 사안을 주시하면서 후반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올해 8월 드라마 ‘노 웨이 아웃’ 측은 이선균, 유재명, 김무열, 이광수까지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어 9월 말 중화권 배우 허광한의 합류 사실까지 알렸다. ‘노 웨이 아웃’은 촬영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데뷔 24년 차를 맞은 이선균이기에 그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그는 드라마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 ‘하얀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달콤한 나의 도시’, ‘파스타’, ‘골든 타임’,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나의 아저씨’, ‘검사내전’, ‘Dr. 브레인’, ‘법쩐’, 영화 ‘싸이코 드라마’, ‘보스 상륙 작전’,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기생충’, ‘킹메이커’, ‘킬링 로맨스’, ‘잠’ 등에 출연했다.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 중 대중이 꼽은 인생작들이 많다. ‘하얀거탑’을 비롯해 공유-윤은혜-채정안과 함께한 ‘커피프린스 1호점’, 공효진과 함께한 ‘파스타’,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나의 아저씨’, 영화 ‘화차’와 ‘끝까지 간다’, ‘기생충’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를 통해 2018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꿈에 그리던 봉준호 감독과 작업한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선균은 탄탄한 커리어를 자기 손으로 망쳤다. 물론 아직 마약 혐의 관련해 내사 중인 상황이지만, 이선균이 ‘마약’과 동시에 이름을 올린다는 그 자체로 대중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대중이 생각한 이선균의 이미지는 마약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 많은 사람이 꼽는 인생작에 출연한 이선균이지만, 그는 본인 스스로 커리어를 망친 것과 다름없다. 이선균의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대중은 인생작을 잃게 됐다. 대중은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들을 전처럼 다시 볼 수는 없을 듯하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