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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고위 당정 협의회가 확 달라졌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을 대부분 수립해 당에 최종 보고하는 식이었다면, 이날 협의회에서는 당의 제안을 정부가 즉시 수용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회의 안건도 김장 물가 안정 대책, 에너지 수급 대책, 가을철 축제 인파 대책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주제를 다뤘다.
◇11월 살림꾼들 최대 관심사 ‘김장 물가’
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이 22일 국회에서 정기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배추 2900만 톤(t) 방출, 생강·대파 납품 단가 지원 등 ‘김장철 물가 안정 대책’을 수립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2일 고위 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농축산물 수급 현황 및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불안이 우려되는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장철 도래 등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배추를 정부 가용물량 2900톤을 배출할 방침이다. 또 저온 피해로 가격이 크게 오른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 1만 5000톤을 조기 출하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농축산물, 식품원료 공급 부족 완화를 위해 수입과일 등에 긴급 할당관세 도입도 다음달 중 추진한다.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지원도 적극 추진한다. 배추·사과 등 가격불안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할인 지원 대상을 일주일 단위로 선정하고, 1만원 한도로 최대 30%의 할인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생강·대파 등 가격상승 정도가 크고 소비가 많은 품목은 납품 단가 지원을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전국 2252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특별 할인행사도 추진한다. 대형마트에도 할인쿠폰 지원해 국민들의 농축산물 소비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당정은 농업인의 경영안정 지원을 위해 비료·사료·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신재생 설비·에너지 절감시설에 대한 지원도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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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제안’→정부 ‘즉시 수용’
정부는 이날 국민의힘의 제안을 두 번이나 즉시 수용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책 소통 수단인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도입을 요구하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국민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건지, 외부 변수는 무엇인지 등을 충분히 설명하는 새로운 발표 스타일을 연구하라고 당에서 요구했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나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정책이 미칠 영향을 설명하는 부분(세션)을 정책 발표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수능 킬러문항’ 제거처럼 정부가 갑작스럽게 정책을 발표해 국민 혼란을 야기했던 점을 당이 에둘러 비판하고 보완점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당이 요구한 럼핌스킨병 관련 특별교부금 지급 요청도 즉시 수용됐다. 국민의힘은 “럼핌스킨병 확산으로 가축 농가에 어려운 분들이 많다. 가축농가에 지원금을 곧장 교부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를 곧장 받아들였다.
◇당 정책위의장-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밀접 소통’
향후 주 1회 열기로 한 고위 당정협의회는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세 사람 중심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세 분이 아주 긴밀하게 자주 소통해 안건과 의제를 조율키로 했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와 참석 인원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필요한 경우엔 야당과 함께 현장 방문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기현 대표는 정기 당정협의회 운영에 대해 “생동감 있는 회의가 되길 바란다”며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교통·상하수도 요금 등을 잘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법안 등을 미리 당과 협조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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