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정책의 혼란이 초래하는 후폭풍이 이만저만 아니다. 전국 주택건설 현장이 착공도 힘들고 분양도 안 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주택 착공 물량을 보면 2021년 49만5000가구에서 작년 34만9000가구로 줄어든 후 금년 1~7월 중에는 10만2000가구로 급락하고 있다. 금년에 잘해야 20만가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에는 매월 4만~5만가구가 착공되던 것이 금년 들어서는 1만여 가구로 크게 줄어들었다. 분양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착공도 힘들고 분양도 안 되면서 많은 건설사들이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건설사 부동산 PF 부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최근 위기 상황을 가까스로 넘기기는 했지만 금융권 ‘9월 위기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금년 6월 말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에 달해 2021년 말 112조60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착공과 분양이 안 되면서 평균 연체율이 2021년 0.37%에서 금년 상반기 2.01%까지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별로는 금년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증권사 17.28%(연체액 5조5000억원), 저축은행 4.61%(연체액 10조원), 상호금융 1.12%(연체액 4조8000억원), 보험사 0.73%(연체액 43조7000억원)인 반면 은행은 0.23%(연체액 43조1000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PF는 증권사·저축은행·보험사·캐피털·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금융회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전체 부동산 PF 대출 133조원 중 비은행권이 9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가파른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급등 등 비용은 상승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많은 부동산사업장이 부실화되고 있다. 전국 3600여 개 부동산 PF 사업장 중 500곳 정도가 ‘부실 위험’ 상태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증권업계 부동산 PF 연체율은 17.3%에 달하고 일부 중소형 증권사 연체율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채권시장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 값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경색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PF 부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배경은 우선 착공이 줄어든 데다 분양도 저조하기 때문이다. 미분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금년 5월 말 기준 수도권 1만799가구, 지방 5만8066가구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중소 건설사는 물론이고 중견 건설사도 부도가 나거나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착공이 저조한 데는 건설사들이 주택을 지어 분양해서 수지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은 분양가상한제도가 존재하고 심지어 토지거래허가제도도 지속되고 있다. 건자재 값, 인건비 등이 상승하는데 웬만해서는 분양가상한제에 맞추어 수지를 맞추면서 주택을 공급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자연히 건설사들은 지방에 중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건설하게 되는데 지방 인구 소멸 등으로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건설사 재무구조만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도 기대 이하 수준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신통기획, 내 집이 있는 서울을 기치로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가 기대되었으나 과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기부채납, 공공임대 공급요구 등으로 재건축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되어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이 고스란히 그대로 지속되면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실패 전철이 전망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이런 정책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서 주택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고 급등 대책으로 나왔던 것이 공공임대였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26번 내놓은 대책이 모두 실패로 귀결되어 문 대통령도 죽비를 맞겠다고 인정한 바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고스란히 그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지금 착공·분양이 저조하면 대체로 건설공기를 생각하면 약 2년 후 공급 부족으로 집값 폭등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벌써부터 이러한 현상이 올 것을 예상하고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두려는 심리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분기 말 5대 은행 가계대출잔액 682조원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18조원에 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주담대 증가 폭이 가계대출 증가 폭을 상회하고 있다. 금리도 고공 행진이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사태는 부동산의 양면성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오는 충격이다. 부동산 가격은 너무 올라도 무주택 서민들에게 타격을 주지만 오른 가격이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하면 최근처럼 금융 부실 문제를 초래하고 심하면 금융권 전체 리스크가 커지는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어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이러다 평생 집을 마련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영끌 대출이 급증한 것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이미 많은 대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대출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화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집값 급락과 미분양 급증 때문에 100대 건설사 중 45개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결국 저축은행 30곳이 문을 닫는 충격을 주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높았던 전세금을 만기가 되었는데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문제가 발생하고 신규 아파트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대거 중단되면 2~3년 후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나타나 다시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라고 한다. 어빙 피셔(Irving Fisher)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부채디플레이션이 대공황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도 부채디플레이션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급등도 문제지만 급락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하향 안정세가 더 지속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다. 부동산 가격만 보면 무리한 주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금융도 같이 보면 적절한지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경제란 언제나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지금은 부채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금융 부실 차단과 역전세 대책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정부는 9월 26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과 10월 5일 PF 대책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분야 주요 대책’을 발표했지만 3기 신도시 3만가구 건설, PF 보증 확대(10조원), 정책자금 지원(7조2000억원), 정상화펀드 조성(2조2000억원) 등은 우선 눈앞의 위기설 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조족지혈일 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정책 기조를 시장친화적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
필자 주요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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