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멈췄지만, 대출금리는 상승세
연말께 주담대 연 8% 육박 가능성…이자부담 급증
집 파는 사람 늘었는데 살 사람 없어…“보합 분위기 지속”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회 연속 연 3.5% 수준으로 동결했으나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줄었지만, 여전히 고금리에 대한 비용 부담은 상당해 주택시장 매매수요 움직임은 한층 둔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를 유지하기로 했다. 올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보인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는 데다 준거금리가 되는 시장금리인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해서다.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가 오르면 결국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4~7.134% 수준이다. 지난 8월 금리 상단이 6%대 초반이던 것을 고려하면 두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뛴 셈이다. 고정금리도 연 4.14~6.73%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말에는 연 8%에 다다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단기간 대출 이자 부담이 대폭 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는 ‘영끌족’들이 속출해 경매시장으로 넘어가는 물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단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 시장에는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아실에 따르면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7만6264건으로 한 달 전(7만4859건) 대비 1.8% 늘었다. 올 1월 아파트 매물이 5만건 초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50% 이상 늘었다.
한 달 사이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제주로 같은 기간 1717건에서 1864건으로 8.5% 증가했다. 이어 대전(1만7549건→1만8349건)이 4.5%, 세종(6476건→6765건) 4.4%, 경기(13만2055건→13만6826건) 3.6% 등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가 작용하면서 거래를 외려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243건 정도다. 아직 신고기한이 열흘 정도 남았지만 한 달 전(3844건)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거나 그보다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4000건을 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풀 꺾인 매수심리가 소폭 반등했지만, 당분간 매도우위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3주(1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일주일 전 대비 0.3포인트 오른 88.7이다. 매매수급지수는 0~100 사이면 매도세, 100~200 사이면 매수세가 더 강하단 의미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금씩 상승 움직임을 보이지만, 자금조달 여력이 어려워진 만큼 두드러진 상승세를 이어가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개인의 소득 증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금융 정책은 여느 때보다 큰 역할을 하는데, 정책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불확실성이 제거된 가운데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다만 거시경제 불안과 여전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돼 주택시장에 수요 증가, 가격 반응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실수요자 위주의 보합시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올 들어 기준금리는 동일하지만, 시장금리는 상반기 대비 소폭 인상됐고, 개인 및 아파트 단지별 적용되는 금리 격차가 큰 시장금리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별 적용되는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자산관리 계획을 세울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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