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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주’ 에코프로 와르르… 테마주 광풍에 뛰어든 투자자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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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광풍이 사그러들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증가했다. /사진=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중동 분쟁에 소용돌이 빠진 韓증시… 증권 전문가 “4분기 박스권 탈출”
② 1년 만에 주담대 금리 다시 8%대?… 시름 깊어진 ‘영끌족’
③ ‘황제주’ 에코프로 와르르… 테마주 광풍에 뛰어든 투자자 암울

# 직장인 박재원씨(29·가명)는 에코프로와 ‘눈물의 손절’을 했다. 지난 7월18일 직장인 커뮤니티에 “에코프로에 투자해 10억원을 벌고 퇴사했다”는 글을 보고 결혼자금 2000만원을 투자했으나 주가는 111만원8000원에서 지난 10일 78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약 3개월 만에 33만2000원(29.6%) 하락했고 박 씨는 투자금 592만원을 손해 봤다. 박 씨는 “테마주 열풍에 휩쓸려 목돈을 투자한 것을 후회한다”며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은 단기간에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 직장인 이승수(34·가명)씨는 덕성과 서남 등 초전도체 관련주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반토막 났다. 지난 8월7일 사들인 덕성은 1만1900원에서 지난 18일 6210원으로 5690원(47.81%), 서남은 1만2610원에서 5580원으로 7030원(55.74%)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 물질 ‘LK-99’의 발표가 나온 후 주가가 급등했으나 과학자들이 검증을 중단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며 “1000만원을 빌린 마이너스통장 이자(연 6.8%)는 약 18만원 쌓였는데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여름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테마주 광풍이 사그라들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황제주’ 에코프로는 장중 120만원까지 올랐다가 70만원까지 추락했고 초전도체, 나노물질 맥신 등 ‘꿈의 신소재’에 투자하는 테마주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국내 증시 부진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지난 19일 2450선까지 내렸고 코스닥은 8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가 8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3월20일 이후 7개월여만이다.

2차전지·로봇·인공지능(AI) 등 증시를 달궜던 섹터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거래량이 위축된 가운데 고금리 변수가 주도주 부재를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커진 국내 증시에 ‘묻지마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몰락하는 2차전지… 에코프로 36% 하락


에코프로 주가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김은옥 기자

2차전지주 에코프로의 주가 그래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지난 7월26일 장중 최고가 153만9000원를 달성하며 황제주에 등극했으나 종가는 122만8000원에서 다음날 19.78% 감소하며 98만5000원으로 급락했다. 에코프로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65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8.9% 감소했고 실적을 발표한 지난 16일 장중 78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최고가 기준 44만3000원(36.07%) 하락이다.

에코프로의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개인투자자다. 지난 16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는 에코프로를 약 605억원, 외국인은 약 377억원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는 80만원선을 위태롭게 지키고 있으나 100만원 탈환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POSCO(포스코)홀딩스와 엘앤에프는 이달 들어 각각 5.23%, 8.88% 떨어졌다.

최근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가격 하락세로 2차전지 양극재와 배터리 판가도 하락세다. 중국 2차전지 기업의 글로벌시장침투가 가속화되며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과 니켈 등 메탈 가격 급락에 따른 양극재와 배터리 가격 약세가 진행 중”이라며 “유럽 및 기타 지역의 전기차 수요 역시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변동에 따라 올해 4분기 배터리 셀 판가가 4~5%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전 세계 2차전지 밸류 체인 관련주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거품론’ 논란도 여전하다. 에코프로 삼형제가 3분기 실적에서 나란히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의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6% 줄어든 459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1.8% 하락한 1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 신규 ETF 출시, 숏 스퀴즈 등의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며 “8월부터 발생한 큰 폭의 주가 하락은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대장주 질주… 거래위축 우려


2차전지에 쏠렸던 투심은 반도체로 향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 불황에 침체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실적 바닥을 통과해 ‘V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86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날 기준 한 주간 삼성전자는 3.0%, SK하이닉스 3.6%, 한미반도체 7.9%, HPSP 10.7%, 이오테크닉스 16.1% 상승했다. 50개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KRX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6거래일간 4.30% 오르며 전월(-7.92%) 대비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은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1.65% 늘고 영업이익은 258.21% 급증했다. 시장 기대치 2조1927억원을 2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관건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쪼그라든 증시 거래대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투자자예탁금은 46조5956만원으로 감소했다. 2차전지 테마주 열풍이 불었던 지난 8월초 60조원에서 2달 만에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장주의 실적 개선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 등 테마 장세가 희미해지면서 대형 성장주도 금리 악재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CP-2022-001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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