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업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한 쪽을 지지하라는 압박을 받거나 개인 입장을 표명한 직원들이 반대 진영의 압박을 가하는 등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재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이스라엘 직원’ 수백명의 이름을 적은 명단이 게재됐다고 밝혔다.
명단에는 딜로이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매켄지 등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한 주요 기업과 함께 외국 스타트업 직원의 이름이 포함됐다. 명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히 연민을 표현한 듯한 메시지를 올린 직원들도 ‘테러 지지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했다.
한 구글 직원은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드인에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에 목숨을 잃은 동료 팔레스타인인과 무고한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게재했다가 며칠 후 이름과 직장, 링크드인 게시글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만든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링크드인 글에는 “너의 테러리즘 지지는 감시되고 기록되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가 삭제됐다.
최고경영자(CEO)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 지지 성명을 낸 기업들도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아마존과 메타, 구글 등 이스라엘과 사업을 많이 하고 현지 직원 수천 명을 고용하는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구글 직원들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이스라엘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만 내고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에 실망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이스라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위로했지만,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계 직원들에게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아 아랍계 직원 단체의 반발을 샀다.
IT 기업 뿐만 아니라 프렌차이즈 기업들 대상으로도 이 같은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맥도날드가 이스라엘의 한 매점에서 이스라엘군에 음식을 무료로 제공해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사자 맥도날드 말레이시아 지부는 소유주가 ‘100% 이슬람’이라는 성명을 내며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반면 이스라엘과 긴밀한 사업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기술, 금융, 과학, 에너지 기업들은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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